네오플랫폼에는 많은 나무가 모여 있고 그 나무들은 제품 또는 작품으로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그중에 아주 소수만이 공방에 남아있고 대부분 공방을 떠나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만든 사람의 의지대로 주인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들 때는 누구를 줘야지 하고 만들어도 그 누구에게 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경우가 있다. 또 내가 참 좋다고 생각하는 나무는 외면받고 오히려 흠이 많다고 생각해서 숨기고 싶었던 작품이 제일 먼저 선택받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다.
또한 나무가 네오플랫폼에 오는 과정도 여러 가지이다. 나무 판매상에게 직접 구매하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는 경우도 있는데 한 번은 서각 작가님께서 연세가 드셔서 작품 활동이 힘들다며 많은 나무를 건네주신 일도 있었다. 그것이 인연이 된 건지 그 일 있은 후 얼마 후 또 다른 작가님께서도 건강이 허락지 않아서 더 이상 나무를 가지고 있기 어렵다며 한차의 나무를 실어 주시기도 하셨다. 또 근무지 근처의 이장님이 오래된 기와집을 철거하고 나온 고재라며 가져다주시기도 하고 친한 공방 대표님께서 놀러 오시면서 가져다주시기도 한다
나무가 오는 것도 내 뜻대로 오는 게 아니고 또 그 나무로 만든 작품들도 내 의지대로만 나가는 게 아니니 사람의 인연이 있듯 나무의 인연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나이테를 더해가면서 사람의 인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 간다. 한 번의 짧은 인연이 평생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오랜 세월을 함께 했어도 그저 그런 관계도 많다. 또 사회적으로 대단한 사람임에도 우리에게는 짐만 되기도 하고 겉보기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큰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나무도 그렇다.
겉으로는 무늬도 좋고 형태도 흠잡을 데 없는 나무가 다 만들어 주인을 찾아 떠나면 기억조차 남지 않기도 하고 또 나무가 삭고 갈라 저서 첫눈에는 이걸로 무얼 만들 수는 있을까 해도 삭은 곳을 잘 다듬고 어루만지면 오히려 그 삭고 갈라진 부분이 유니크한 매력이 될 뿐만 아니라 "나무에게도 채우지 못해 삭은 상처가 있었구나" 하는 동병상련의 위로를 받기도 하니 그런 작품은 떠나보내기도 아쉽지만 보내고도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 하지만 그 나무를 그렇게 아름답게 만들기까지 들인 정성을 생각하면 내 주위 인연에게도 이리 잘하면 그 사람도 그리 이뻐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에서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더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법정스님의 일기일회에서
일기일회一期一會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