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개와 놀이공원, 관람차

작은소설 001

by 숲풀 supul




발치에서 들리는 걸음 소리가 생각보다도 더 크게 울렸다. 저도 모르게 멈칫하게 될 정도였다. 묵직한 안개에 싸인 놀이공원은 괜히 서늘하게 느껴졌다. 희뿌연 물기가 피부에 그대로 와닿는 탓일지도 몰랐다. 괜히 드러난 팔을 거칠게 문질렀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의 한중간, 평소 같았으면 기꺼워할 서늘함이었지만 이 공간이 주는 한기는 전혀 달갑게 다가오질 않았다.


'나뿐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서는 누군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놀이공원은 밖에서 보았을 때도 기묘해 보였지만, 안에 들어와 있으니 이상함을 넘어서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될 정도였다. 이런 시기에 멀쩡한 놀이공원이라니. 멀쩡한 것이 남아나질 않는 시기에.


화려한 불빛도 흥겨운 음악도 없었다. 그저 흰 안개를 한 겹 덮은, 텅 빈 놀이공원뿐이었다.


'아니, 비었다기에는 안개로 가득 차 있다고 해야 하나.'


아주 느리게 돌아가는 관람차가 아니었다면, 쓰레기나 잡초 하나 보이지 않는 벽돌 바닥만 아니었다면, 완전히 버려진 곳이라고 생각했을 게 뻔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이 공간을 기이하게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관람차부터 움직임 없는 롤러코스터, 핫도그와 사탕을 파는 작은 수레, 느리게 흔들리는 곰돌이 모양의 풍선들, 시대에 맞지 않게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가로등까지. 방금 청소라도 한 것처럼 관리를 받고 있는 듯 보였지만, 동시에 어떻게 보아도 사람의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분홍빛 솜사탕 가판대를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았다. 흰 안개 때문인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기이잉, 느리게 돌아가는 관람차가 우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마저도 이 공간 안에서는 한없이 길게 울렸다. 안갯속을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찝찝한 기분은 커져만 갔다. 의심스러워도 이렇게 의심스러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목적만 아니었다면 절대 발을 들이지 않았을 곳이었다. 주변을 경계하며 한 발 한 발걸음을 옮겼다.


'동력원만 찾으면.......'


불행 중 다행인 셈이었다.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는 원흉이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관람차가 움직이고 있다는 건 그만한 동력이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장면하나

#1000자

#짧은글

#작은소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