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소설 002
뎅, 뎅.
어디선가 느리게 종소리가 울렸다.
이 섬. 혹은 성. 혹은 작은 하나의 마을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인 이 요상한 장소 어딘가에서 울리는 묵직한 쇳소리.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가 갈라지고, 퍼지고, 끝내 아스라이 흩어질 때쯤 새로운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뎅, 뎅.
그것이 만들어내는 공기 중의 파문이 눈에 선연한 듯했다.
말 그대로 ‘울렸다’, 라는 표현이 이토록 어울릴 수가 없었다.
“후우.”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는 금방 숨이 차게 만들었다.
부지런히 옮기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탑을 올려다보았다.
햇빛 속에서는 마치 하나의 성소처럼 일견 숭고하게 보일 정도였는데,
지금은 우중충한 회색 구름 밑에서 요사스러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탁, 탁.
점점 깊어지는 그림자의 어둠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구둣굽이 규칙적으로 포석을 두드렸다.
오가는 사람들의 밑창에 수없이 밟힌 포석은 모난 곳이 닳아 매끈했다.
이 장소가 두르고 있던 기이한 공기가 습기를 머금고 돌바닥 위로 떨어졌다.
그림자조차 습기에 젖어 들어 까맣게, 새까맣게 짙어졌다.
종소리가, 공기가, 습기가, 분위기가, 이곳의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발치에 무겁게 달라붙었다.
탁, 탁.
손에 잡힐 리 없는 초조함이 목덜미에 달라붙어 쫓아왔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요물이나, 온몸에서 털이 돋아나 짐승의 소리를 내는 괴물의 소문이 꼭 그럴듯하게 느껴질 법했다.
이런 곳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으면, 괴이한 것들을 전혀 믿지 않는 자라 하더라도 일순 의심스럽다 느끼게 되리라.
시커먼 주둥이를 찢어질 듯 벌리고 기다리는 저 낡은 건물의 그림자 너머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숨을 죽이고 사냥감을 기다리는 태생적인 사냥꾼이, 인간의 인지로는 받아들이지 못할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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