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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 Dec 01. 2020

나도 내가 교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어

내겐 초등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으니까.

"너는 원래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참 많이 받은 질문이다.

친구에게, 주변 지인들에게 혹은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서 까지.


그럴때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지 몰라 멋적게 웃고 "글쎄..." 하고 만다.

아무 악의 없는 질문에 내가 다 뜨끔해서, 그렇다고 내가 선생님이 되기까지의 그 긴 이야기를 다 하기도 변명같고 좀 그래서.



나는 91년생, 30살이다.

내 또래에게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물으면, 글쎄, 좋은 기억이 얼마나 될까.


훌륭하신 선생님들도 많으셨겠지만, 

유독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참 선생님 복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초등학교였다.


이미 20년 전 일이고 내게 아픈 기억을 준 분들은 진작 내 존재조차 잊으셨겠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내게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선생님이 되겠다는 생각은 정말 전혀 없었다. 내가 만나온 선생님들이 싫었고, 덩달아 선생님이라는 직업도 싫었다.


아픈 기억 외에도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았던 건 무서워서였다.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 기억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내가 몸소 겪어왔기에 학생들의 기억 속에 그들의 주관에 맞춰 기억될게 무서웠다. 사람마다 서로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듯, 나도 모든 학생에게 좋은 교사가 될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교사가 되기 싫었다.


나도 내가 선생님이 될 줄 정말 몰랐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3년을 거치며 나의 장래희망은 선생님으로 바뀌어있었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잘 보내고 결국 교사가 된 걸 생각하면, 나의 '좋은 선생님 만나기 운'이 고등학교 때에 모여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선생님들께 상처 받은 기억밖에 없는 탓에 나의 교직관은 '학업성취도 높이기' 같은 학부모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학교에서 행복하게 지내기'라는 조금은 애매모호한 방향으로 자랐다. 실은 초등학교니까 애들이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는 나름대로의 변명과 함께. 그렇다고 열심히 가르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냥 내 마음속의 비중이 그렇다는 거다.


이제 교사는 내가 참 사랑하는 나의 본업이 되었으나, 나는 아직도 그때 받은 상처들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마음 한편에 저마다의 상처를  품고 사는 현대인답게 나는 매일 행복한듯면서도 가끔 내 깊은 곳에서 불쑥 솟아난 아픈 기억들에 이리저리 끌려다닐 때가 있다. 20년 전 선생님들께서 뿌린 내 상처는 나를 참 많이도 갉아먹었지만, 나는 그 기억을 딛고 설 생각이다. 언젠가 그분들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이제 원망도 미움도 없이, 당신들 덕분에 내가 선생님이 되었다고 더 좋은 교사가 되려고 열심히 살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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