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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 Dec 02. 2020

오스트리아에서 보내는 나의 데일리 루틴

느릿느릿 한 걸음씩 가는 나의 하루

빡빡하게 살아가는 버릇을 놓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데일리 루틴을 따라 하루를 보내는 것은 여전히 내게 안정감을 준다.


시간을 정해놓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데일리 루틴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느릿느릿, 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데일리 루틴. 11월 초쯤부터 자리잡기 시작한 나의 클라겐푸르트에서의 데일리 루틴은 12월을 앞둔 지금까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덩달아 나의 '열심히 살기' 강박증도 전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클라겐푸르트의 한적함도 내게 많은 도움이 되는데, 매 시간을 체크하며 조금만 늦잠을 가거나 일이 지체되면 마음이 조급해져 종종거리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나는 가끔 일정이 어긋나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간다.


사실 나의 데일리 루틴은 '이것만큼은 꼭'이라고 마음먹은 덩어리들의 모임에 가까운데, '이것만큼은 꼭'을 하고 나면 그래도 숙제를 마친 아이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남은 시간이 여유분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내가 할 일, 하고 싶은 일들로 살을 붙여 '데일리 루틴'을 완성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이것만큼은 꼭'의 리스트는,


 - 잠은 자고 싶은 만큼 잔다. (보통 7-8시간 정도)

 - 식사는 거르지 않는다.

 - 오전에는 커피 한 잔을 잊지 않고 마신다.

 - 독일어 공부를 한다.

 - 하루에 한 번은 꼭 산책을 한다.


참 간단한 것 같지만 나 같은 경우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잘 먹지도 않고, 과제나 시험으로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 그걸 끝낼 때까지 화장실도 잘 안 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저 리스트가 내게는 큰 도움이 된다. 삶의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을 하게 만들어준달까...?




그래서 나의 데일리 루틴은 이렇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알을 두어 번 굴리며 꿈틀거리다가 침대에서 나온다.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킁킁거리며 바깥공기 냄새도 좀 맡아주고, 아침을 먹는다. 요즘의 아침밥은 비스킷에 치즈와 사과 조각을 얹고 먹고 커피를 곁들여 마시는 거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줘 오늘 하루도 잘 지나갈 거라는 기분이 들게 해 준다. 책상 한 편에 항상 놓아두는 수업일정, 과제 일정, 시험일정을 확인하고 오늘은 뭘 해야겠다 하루의 작은 목표를 세운다.


어쨌든 밥을 먹은 후 바로 본격적인 공부하는 건 건강에 안 좋으니까(그냥 느낌이 그렇다.) 커피를 마저 마시며 핸드폰으로 독일어 공부를 한다. 보통 40분 정도 걸리고, 그제야 한두 시간 정도 오늘 하기로 한 공부를 한다. 이쯤 되면 출출하기 시작해서 점심과 저녁으로 먹을 따듯한 식사를 만든다. 점심식사 후에는 영양제를 날름 삼키고 산책을 나간다. 기숙사 주변에 작은 강이 있는데 요즘은 매일 그 강을 따라 걸으며 산책 나온 강아지들과 눈인사도 하고 백조들이 수영하는 것도 구경한다. 매일 보는 백조지만 또 매번 사진을 찍는다.


돌아와서는 아침에 먹다 남은 사과를 와그작 먹으며 오후 공부를 한다. 틈틈이 친구들과 카톡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쯤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쓴다. 내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이다. 그러고 나면 또 점심에 해놓은 요리를 데워 저녁을 먹고 이때부터 흐트러져서 침대에 누웠다 일어났다 유튜브를 봤다 넷플릭스를 봤다 내 마음대로 보내는 시간이 이어진다.


이제 딴짓도 지겹다 싶을 때쯤 집에 항상 구비해두는 화이트 와인을 한잔 따라다가 또 내일 쓰고 싶은 글도 좀 생각하고, 마무리하고 싶은 과제나 공부를 좀 떠들어보며 하루를 정리한다. 이때쯤 되면 다 일어난 친구가 다시 카카오톡에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면 나도 함께 손가락으로 재잘재잘 거리다가 잠이 든다.


아니, 써놓고 보니 나 여전히 너무 열심히 사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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