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진단받다

나는 괜찮지 않습니다

by 아무튼 간호사
“제가 볼 때 OO씨는 외로워요. 그것도 많이요.
그런데 그 감정을 인정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원장님은 안타까워하며 결국 나에게 말해주었다.

정신과 원장님이 본인의 의견을 직접 드러내는 경우는 내담자가 너무 멀리서 헤매고 있을 때라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사실 뿌리 깊은 외로움이다. 예전에는 우울함과 외로움을 동일시했다. 두 가지 감정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것임을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우울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다고 여겼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울보다 오히려 깊은 외로움에 가깝다고 본다. 이미 그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원장님은 내게 ‘외로움’을 진단해주었다.


요즘 자주 빠져드는 어두운 기분들이 긴 우울함에 가깝다고 생각했지 내가 많이 외롭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도 나아지지 않는 이 우울의 깊이에 대해 고민해보았지 외로움을 달래 보려 애쓰지는 않았다. 아마 나는 외로움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나 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떠올려 본다. 그들의 공연을 보는 것, 음악 듣기, 산책, 수영, 향수, 거의 매일 쓰는 다이어리. 나를 위해서 하는 일들이 나를 더욱 홀로 있게 만들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어쩌면 어릴 때부터 혼자가 편했다. 사랑 역시 혼자 좋아하다가 아파하기도, 지쳐버린 적이 많다. 나를 온전히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하며 어른이 되었음에도 누군가에게 버려짐을 걱정하고 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사람이 아니더라도 외로움과 공허함을 없애줄 무언가의 부재로 이렇게 많이 아픈 걸까?

요즘은 마치 ‘정전’이 된 것처럼 고요한, 암흑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괴롭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울증을 진단받았을 때보다 외로움을 진단받으니 자기 연민이, 안타까움이 더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원장님은 내게 <결혼해 듀오> 같은 결혼 주선 회사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나는 오랜만에 아주 크게 웃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선택지고, 그 말을 정신과 원장님에게 들을 거라 상상해본 적 없다.


<웃어요, 그게 더 보기 좋아요>

한참이나 좋아했던 이 문구를 떠올리며 오늘은 내 외로움을 안아주려 한다.

누구라도 나를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