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에 나온 안동역 소녀들과 PD의 약속이 화재다. 무려 10년 전 방송인데 왜 이제야 이리 화제가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10년 후 이 장소, 이 시간에 다시 만나자는 ‘낭만’ 넘치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광복절인 8월 15일이었던 것. 약속의 날이 바싹 다가왔다.
나 역시 본방송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유튜브를 비롯한 SNS 매체에 들어가기만 하면 하루 한 번 이상은 꼭 이와 관련된 영상을 접하게 된다. 과연 약속의 날 국민의 바람대로 낭만의 재회는 이뤄질까?
그리고 문득 ‘만약 나도 누군가와 10년 후 재회하게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10년 후 누군가와의 만남을 약속한다라. 나 역시 많은 이들이 그렇듯 가슴 한편에 낭만이라는 촉촉한 감성의 씨앗이 자리할 것이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선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부담감도 생기는 게 사실이다.
10년 후라.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 흐른 후, 약속한 그날의 기분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아무리 촉촉한 초코칩이라도 전자렌지에 돌린 건빵보다 퍽퍽하게 변하고도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 그래도 진공포장으로 촉촉함을 지키며 10년이란 세월을 견뎠다 치자. 과연 약속한 그 사람을 보러 나갈 용기가 있을까? 10년 후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과연 다른 이의 낭만을 충족할 만한 사람이 돼 있을까? 지금은 나는 과연 어떠한가. 남들의 시선을 떠나 과연 나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인생을 살았는가?
10년 후 나를 만날 사람에게, 그리고 나에게 조금 더 떳떳한 사람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