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떨고 있는 청년

feat.알랭드 보통「불안」

by 서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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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최근 회사를 때려쳤다. 이번만큼은 진짜 진짜 오래 다녀보고자 마음먹었으나, 개가 똥을 끊지... 나의 결심은 고작 반년 만에 무너졌다. 대략 십n번째 퇴사다. (이정도면 퇴사 중독자 인정?) 매일 아침 6시 기상, 1시간 반의 출근길,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리는 퇴근길, 매일 같이 책임지고 해내야 하는 일, 그리고 그것이 매월 반복되는 지겨움.


월급은 분명 내 능력에 비해 적정하거나 조금 높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시간, 일상을 바치는 대가에 비해선 결코 많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백수가 된 지금 내가 뭐 하루를 으마으마하게 알차게 보내거나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 한 달 한 달,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정말 귀한 건 바로 이 남아도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십n번째 일을 그만두고 난 또다시 백수가 되었으며, 사실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은 이후 일을 해온 기간과 백수로 지내온 기간이 거의 동일 하다시피한 내게는 백수의 삶이 일상이라고 할 정도로 평온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나의 퇴사는 내가 아니라 주변 지인과 가족의 불안과 걱정을 키우는 일이 돼버렸다.


물론 “와우! 퇴사 추카~ 나도 회사 때려 치고 싶다!”라며 축하와 부러움 섞인 응원을 보내주는 이도 있으나 대부분 “에? 그럼 이제 뭐하게?” “다른 데로 이직하는 거야?” “왜? 돈 많아?”라며 나의 이유 불분명한 퇴사에 진심 어린 의문과 걱정을 보내는 이가 대다수다. 그중 단연코 최고봉은 부모님이다. 난 아버지에게 먼저 나의 퇴사 소식을 알렸다. 그나마 부모님 두 분 중 1등으로 멘탈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1등 멘탈의 소유자인 아버지도 아들의 백수 회귀 소식은 절로 한숨과 근심을 만들어 내는 마법의 알림이었다. “띵동! 근심이 도착하였습니다. 아들놈이 또다시 퇴사를 하고 백수의 생활로 접어들었습니다.” 참으로 불꽃효자가 아닐 수 없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부모님께 손 한 번 벌린 적 없는, 나름 1인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려가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십여 년의 기록이 무색할 정도로 부모님의 나에 대한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물론 뭐...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 앞 등불처럼 성과가 좀 미미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버지는 내게 “엄마한테는 당분간 비밀로 하자”고 하셨다. 몸이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나의 퇴사 소식은 큰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비록 아무 죄 없는 떳떳한, 자의에 의한 퇴사였음에도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에 아버지의 말에 동의하고 따르기로 했다. 난 참말로... 불꽃효자다...


그리고 사실 나 역시도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 마음 한켠에 있는 건 사실이다. 퇴사를 며칠 앞두고 정말 오랜만에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꿈을 꿨다. 몇 해 전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채운 회사를 그만뒀을 때 꿨던 꿈이다. 그때 당시 거의 매일 같이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와 덩달아 철렁이는 심장을 움켜잡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게 거의 한 달 정도 지속됐던 거 같다. 이제 더 이상 키가 클 일도 없는데 말이다.(오히려 키가 줄어들 시기지) 게다가 탁 트인 절경도 아닌 사방이 꽉 막힌 네모난 상자에 갇혀 풍경 감상과 같은 그 어떤 쾌락적 보상도 없이 오로지 추락의 고통만이 전달되는 이 거지 같은 꿈. 나의 무의식은 내 불안을 아주 X같이도 잘 형상화 해놨다.


불.안.감.

그런데 불안은 비단 나 같은 백수에게만 스며드는 감정이 아니다. 낮게 잡아도 최소 전 인류의 99%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지 않을까 싶으며 인간의 사고를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는 AI에게서도 조만간 발견될지 모른다. 도대체 이 불안은 어디에서, 어떻게, 왜, 생겨나 이렇게 인간을 괴롭히는 것일까?


이는 이 분야 최대 베스트셀러인 ‘알랭드 보통’의 <불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목마저 불안을 위해 쓰여졌음을 대놓고 드러내는 이 책은 불안이 생기는 원인과 해소 방안을 제시한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알랭드 보통은 불안의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꼽으며, 해법으로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요소를 내놓았다. 그중 백수인 나는 단연코 돈과 관련된 얘기에 가장 깊은 공감을 하였으며, 실질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불안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원인으로 바로 이 Money! 경제적 성취임을 밝힌다. 돈은 우리의 의식주를 충족하기 위한 기초적인 생명 유지 수단이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말처럼 들릴 것이다. 산에 들어가 자급자족하지 않는 이상 요즘에 돈 없으면 죽는다는 말이 필시 거짓임은 아니다.


하지만 굶어 죽는 문제에 직면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도 불안을 느낀다. 1776년 이후 경제적 성취와 관련하여 지위가 부여되기 시작한다. 옛날에는 그저 하늘이 점지해 준, 자~ 너는 양반~ 자... 너는 상놈. 거기 너는 쌍쌍놈 해라! 이렇게 타고난 신분으로 개인의 지위와 가치가 정해졌으나 이제는 개개인의 노오~력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이런 변화한 사회는 사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또다른 편견, 불평등, 그리고 불안을 낳았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너무나도 공감 가면서 슬픈 현실. 평등의 사회라고는 하나 신분상승하는 사람은 결국 소수며 나머지의 박탈감은 올라갈 뿐이다. 그리고 인간은 자고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으마으마한 영향을 받는 존재로서, 결핍과 불안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쟁에서 승리해 남들보다 높은 위치해 올라다한들 매일 같이 급격한 변화를 이루는 현대사회에서의 불확실성은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도 밑바닥에 있는 사람만치로 불안에 떨게 한다. 오늘의 성공과 지위가 내일에도 동일하리라고는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응? 하쓰... 불안해... 호달달... 하면서 겁먹은 쥐새끼마냥 웅크리고 살아야 하느냐? 그건 아니다 이 말씀! 자신만의 편협한, 주로 경제적인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는 타인의 변덕스런 감정과 발언에 휘둘리지 않으면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다.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네...) 에멜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더 나빠진더냐? 금, 상아, 작은 꽃은 어떠한가? 칭찬을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괴로워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비난 가운데 오직 진실한 비난만이 우리의 자존심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삶을 비평하는 예술, 죽음의 세계를 생각하고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며 깨닫게 되는 삶에 대한 덧없음 등을 통해 불안을 낮추거나 없앨 수 있다. 물론! 이것이야말로 어마어마한 노오~력과 끊임없는 되새김질이 필요한 작업이겠지만 말이다.


당신은 지금 불안하신가요? 지금이 아니라면 어제는 어땠나요? 내일은 어떨까요? 당신의 앞날을 생각하면 어떠신가요? 당신이 불안하다고 얘기할 때까지 나의 질문은 멈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세상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불안의 씨앗을 심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씨앗을 방치한 채 굳건한 뿌리를 내려 우리를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한 백수는 오늘도 불안에 떨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삶에 대한 기대와 저녁에 친구와 먹을 돼지갈비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만약 지금 불안한 감정이 든다면 물 한 잔 마시고,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며 걸어보길 권한다. 드넓은 하늘 아래서 조그마한 나를 느끼고 인생 뭐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면 무서운 것도, 불안함도 조금은 줄어있을 것이다.


*해당 내용은 유튜브 '책다이'에서도 연재 중입니다.

https://www.youtube.com/@book_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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