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목적지는 올림포스(Olympos). 지도에 표기된 시간상으로 꽤 오래 걸릴 듯 하였으나, 어라? 산의 내리막길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상점에 놀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점 주인에게 올림포스냐 묻자 그렇단다. 예상보다 3시간이나 일찍 도착했기에 신이 잔뜩 나버렸고, 이름난 관광지였기에 어서 숙소를 잡고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마을에 ATM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아니, 진짜? 이런 관광지에 ATM이 없다고? 현금이 거의 바닥났던 난 정말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도대체 왜 없는 것인가? 나의 끊임없는 현실 부정에도 없는 ATM은 생겨나질 않았고, 다음 마을에 ATM이 있다는 상점 주인의 말에 울며 겨자 먹기로 숙박 없이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돈도 먹을 것도 없는 상태에 간신히 돌무쉬를 한 번 탈 정도의 돈만 있던 나는 다음 마을까지는 돌무쉬를 타고 가기로 했다. 마을을 떠나는 돌무쉬의 막차 시간을 확인하고, 그전까지라도 올림포스를 돌아보고자 마음먹었다. 올림포스는 아름다운 해변과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는 키메라 산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온 이상 그건 보고 가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해변에 달하니 해변으로 흐르는 물줄기와 고대 도시의 흔적, 그리고 절벽과 산, 바다가 각자의 자리를 잡고 그야말로 완벽한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해변에는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누워서 오후의 느긋함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이들을 보고 있자니 나의 아쉬움은 더 커졌고, 미리미리 돈을 뽑아 놓지 않은 과거의 나를 아주 심한 말로 혼내주고 싶었다.
애써 아쉬움을 억누르며 묵직한 배낭을 메고 그들을 가로질러 가는데 누군가 “헤이!”하고 불러세웠다. 내가 돌아본 곳에는 수영복 차림의 중년 부부가 앉아 있었는데, 나는 그들이 왜 나를 불렀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자 “우리 만났었지?”라 는 아주머니의 말에 순간 지난 그때가 번쩍 떠올랐다.
“아!” 대략 일주일도 전에 길을 잃고 이름 모를 마을에 흘러 들어갔을 때였다. 난 지나 가는 차를 붙들고 길을 물었는데 바로 그때 만난 부부였다. 유럽에서 온 그들 역시 나처럼 여행하는 중이었고, 그들도 길을 잃어 헤매는 와중에 나를 만난 것. 우리는 서로의 처지를 재밌어하며 껄껄 웃곤 헤어졌었다. 그렇게 둘 다 길을 잃은 우연이 만들어낸 만남이 또다시 이어지다니! 정말 짧은 대화를 나눴던 사이였건만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여기까지 왔구나!”하며 그들 역시 나를 반가워하고 신기해했다. 그들 역시 재회가 신기했는지 나를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했고, 나 역시 그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렇게 서로를 사진으로 남기고 우리는 또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마쳤다. 이 넓은 세상에서 점과 점이 마주했다는 엄청난 우연 때문일까? 때로는 이렇게 그저 만남만으로 사람이 반갑고 신기하게 여겨진다. 내일은 또 어떤 만남이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