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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옛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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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영 Mar 08. 2018

마음 건강

<그냥 일기>

심리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두 번, 영국에서 한 번. 마음이 힘든 와중에 이왕 받는 상담, 처음받는 상담, 잘하는데서 받고 싶어서 평판 좋은 상담소를 알아봤더니 50분 상담에 13만원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이 돈 내고 상담받을 만큼 힘든 상황인가. 나는 백수다. 진짜 힘드냐?' 몇 분 고민하다가 예약했다. 왜냐면 진짜 힘들었기 때문이다. 상담은 마음을 다잡고, 나에게 집중하는데 큰 힘이 됐다. 난 무슨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리는 버릇이 있었다. 내가 그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하지만 상담을 통해 알게된 것은 삶에 문제가 찾아올 때 그모든 것이 꼭 내가 잘못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란 것이었다. 이 간단한 사실을 몰라서 과소비를 한 날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영국에서도 스카이프로 다른 선생님과 심리 상담을 했다. 한국에서 두번째 상담을 받았던 선생님이었다. 50분 상담에 일주일 생활비 절반을 썼다.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내가 영국에 오기 전 선생님은 이런 조언을 했다. '인생에 힘을 조금 빼고 살아요.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때로는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러면 마음의 흐름이 보입니다.' 뭐 이런 얘기였다. 그땐 무슨 소린지 몰랐지만 서서히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됐다.


세번째 상담에서 선생님은 내게 생긴 모든 일들이 너무 잘됐다고 했다. 내가 문제로 보는 것들은 문제가 아니며, 내가 무언가 실수를 했기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내 삶에 집중하라고, 나를 한 번 만나서 상담한게 전부였지만 가끔씩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생각났다고 했다. 그 문제를 잘 해결했는지 궁금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쓸순 없지만 당시 감정과 인생의 방향에 큰 요동이 있었고, 지금은 평온을 되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두 상담사 선생님의 말씀이 다 옳았다. 그때 문제처럼 보였던 일들은 지금 잘된 일이 됐고, 오히려  내 인생을 더 나아가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모든 일들이 이젠 너무 감사하다. 예전엔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상담을 받는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시종일관 안과 밖이 모두 강한 사람은 없다. 인간은 다 약하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고, 보듬고, 돌보며 사는거다. 삶에 어려움이 찾아올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가족과 친구의 위로다. 하지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 조언은 친구의 위로와 또다른 역할을 한다. 상담을 색안경 끼고 바라볼 필요가 없다. 몸이 아플 때 용한 의사를 찾아가듯, 마음에 적색 신호가 오면 좋은 상담사를 찾아가면 된다. 몸 건강보다 중요한게 마음 건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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