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는 집사
우리집 왕언니 고양이 로시는 새벽에 밥통이 비어 있으면, 부스럭부스럭 싱크대 위 물건을 하나씩, 하나씩 떨어뜨린다. 처음에는 비닐을 부시럭대면서 씹어 먹는다. 사실 보통 이 소리에도 바로 일어난다. (ㅠㅠ) 그러면 로시는 ’얼른 밥을 내놓아라’ 하는 표정으로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본다. 그런대 가끔 너무 피곤한 날에 그 소리를 미처 듣지 못하면, 싱크대 위 양념통을 하나씩 하나씩 떨어 뜨린다. 가벼운 것부더 시작해서 무거운 것으로. 처음에는 그냥 우연이겠지, 했는데 나중에 알았다. 이 녀석이 나를 훈련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그런데 너무나 슬픈(?) 건, 이 소리를 나만 듣는다는 거다. 옆에서 쿨쿨 대자로 뻗어 자는 남자 인간은 왜 이 소리를 못 듣지? 우당탕 소리가 나도 태평하게 잠을 잔다. 잠귀 밝아 슬픈 집사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