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짜리 막걸리와 최저시급의 존엄
편의점 레퀴엠
나는 가끔씩 자신이 이중인격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방금 전까지 온라인 상에서 한참 타인을 염려하는 오지랖을 펼치다가, 막상 현실에서 내 협조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틱틱대며 짜증을 부릴 때 특히 그렇달까.
편돌이들에게 최고의 손님은 들어오자마자 물건을 집어서 빛의 속도로 결제하고 떠나는 손님이다.
반대로 최악의 손님은 이런저런 불필요한 요구를 하면서 성가신 가욋일을 선물하는 손님이다.
대표적으로는 매대에 없는 상품을 창고에서 찾아달라거나, 1400원짜리 장수막걸리를 유통기한(선입선출의 법칙) 무시하고 당일 들어온 신선한 상품으로 내놓으라는 요구 등이 있다.
나는 물론 자본주의 서열로는 꼴등인 한낱 종업원이므로 웬만한 건 참는 편이다. 그러나 막걸리 같은 이기적인 요구는 좀 선을 넘는 게 아닌가 내심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나는 상대방의 얼굴을 3초 정도 꼬나보면서, 지금 이 양반이 진지하게 요구를 하는 것인지 혹간 속을 떠보기도 한다. 하지만 웬만큼 버팅겨도 상대가 고집을 굽힐 뜻이 없어 보이면, 일부러 들리게끔 한숨을 폭 쉬고 냉장고로 들어간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함정 가운데 하나는, 단지 손님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격적으로 실망스러운 사람에게 또한 균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하긴 그 대가로서 자존심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용역비가 포함된 최저시급을 받으니까 마냥 불평만 할 일은 못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팔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면 이 또한 참으로 부질없는 생이다.
그리고 그들 각각은 자신의 상처 입은 영혼에 음주와 흡연, 도박, 과시적 소비라는 이름의 반창고를 바르는데, 이것은 모두 한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는 불행의 연속이다.
전국의 서비스직 종사자들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이젠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누려야 할 권리만큼 타인의 자유와 권리 또한 동시에 존중하는, 진정한 개인주의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