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백일 날이었다. 12월 한겨울인데, 동생이 후드 집업에 반바지와 레깅스를 입고 귀마개를 한 채 백일잔치에 등장했다. 격식을 떠나서 너무 얇은 옷차림에 깜짝 놀랐다. 용산에서 건대까지 10Km 정도를 뛰어왔다고 했다. 작년(2018년)부터 풀 마라톤을 뛰고 최근엔 jtbc 서울마라톤 준비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 추위에 달려왔다니 놀라웠다.
잔치가 끝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동생에게 달리기가 어떤 점이 좋은지 물었다. 동생은 자전거, 헬스, 복싱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해봤는데 달리는 게 가장 즐겁다고 했다. 달리면서 머리에 가득 찬 생각들을 씻어낼 수 있어서 좋고, 달리기를 날은 밤에 4~5시간만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동네 달리기부터 시작한 동생은 어릴 때에 비해 몸이 군살 없이 날렵해졌고, 눈빛도 더 총명해졌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나도 달리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돼? “
남동생은 가장 먼저 ‘런데이’ 어플을 소개해줬다. 무료로 음성 가이드를 제공하는 러닝 앱인데, 초보자를 위한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으로 차근차근 달리는 시간을 늘려보라고 했다. 그리고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달려보라고 했다. 그래야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필요한 러닝 용품으로는 러닝화, 가벼운 트레이닝복, 핸드폰 보관을 위한 러닝용 벨트를 추천해줬다.
동생에게 도움말을 받았지만 바로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아직 몸이 회복되기 전이고, 겨울이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내 삶을 이어가다 보면 달리기에 도전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8개월 후, 2019년 8월 14일에 드디어 인생 첫 달리기를 했다. 달리고 싶은 마음과 핸드폰에 다운로드하여 둔 런데이 어플은 인천의 한 호텔로 떠난 여름휴가라는 특별한 계기를 만났다.
첫 달리기의 순간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조식을 든든히 먹고 오전 10시쯤 운동화를 신고, 평소에 입는 반팔, 반바지 운동복 차림으로 바닷가 끝에 섰다. 벤치엔 뛰고 난 후 마실 생수를 올려두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왼쪽엔 뜨거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 오른쪽엔 잘 가꿔진 초록의 정원을 두고 출발선에 섰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결연하게 런데이 어플을 켜고, 30분 달리기 도전 1주 1회 차를 시작했다.
“잠시 후에 준비 걷기를 시작합니다. 가볍게 걸어 보세요.”
경쾌한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따라 웜업으로 5분간 준비 걷기부터 했다. 허리를 펴고, 가슴을 내밀고, 턱을 당기고 바른 자세로 팔을 앞뒤로 흔들며 힘차게 걸었다. 그 후 천천히 달리기 1분, 천천히 걷기 2분을 다섯 번 반복했다. 천천히 1분을 달리고, 2분을 쉬는 패턴이라 그리 힘들지 않았다. 지면을 박차고 달리는 기분이 자못 상쾌하고 좋았다. 그래도 마지막 1분 달리기는 꽤 숨이 차고 심장의 쿵쾅거림이 느껴졌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항상 제가 있습니다.”
활기찬 런데이 트레이너의 격려에 힘을 내어 마지막까지 달리기를 잘 마쳤다. 그리고 쿨다운으로 천천히 걸으며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안정시켰다. 트레이너는 이 패턴으로 달리는 시간을 늘려가며 일주일에 세 번씩 총 8주 동안 성실하게 훈련하면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지구력과 체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자발적 의지로 달린 것은 어릴 때를 제외하고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나에게 달리기는 이를 악물고 남을 앞질러야 하는 경쟁이거나(매번 꼴찌를 했지만) 고된 체력 측정이었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한 치열한 수단이었다. 순수한 목적으로 그저 달리고 싶어서 달렸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달리기를 마치고 바닷바람에 땀이 날아가며 상쾌함을 느꼈다. 한동안 느끼지 못한 쾌감이었다. 그렇게 짜릿하게 달리기가 내 삶에 들어왔다.
달리고 난 후 바닷바람을 쐬며 걸었다.
달리기가 처음이라도 평소 다른 운동을 해서 기초 체력이 좋은 사람은 30분 달리기에 바로 도전할 수 있다. 천천히 달리다가 숨이 가쁘면 걷고, 괜찮아지면 다시 달려서 30분을 채우는 거다. 혹시 달리다가 어지럽거나 평소보다 심한 통증이 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달리는 것을 멈춰야 한다. 가볍게 심호흡을 한 다음 운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2분, 3분씩 달리는 시간을 늘리다 보면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는 날이 온다.
“달리기, 어떻게 시작하면 되나요?”
주변 사람들이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 “정말 성실하고 유능한 트레이너를 소개해 드릴게요. 달리기가 처음인 사람도 차근차근 달리는 시간을 늘릴 수 있게 도와줘요. 이 트레이너는 러너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같이 달려줘요. 새벽, 낮, 야근하고 온 늦은 밤에도 같이 달릴 수 있어요. 게다가 강습료가 무료예요.” 그리곤 Runday어플을 알려준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한가로운 주말에 ‘가볍게’ 시작해보면 좋겠다. 평소 입던 운동복을 입고, 신발장에 있는 운동화를 신고 가까운 공원에 가서 런데이 어플을 켜고 한 번 달려보는 거다. 핸드폰, 운동화, 운동복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어디서든 인생 첫 달리기를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