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젠온천 센베

작고 작은 것들을 아름답게

by 알랑뽕

일본에 간다면 온천은 꼭 한번 들르게 된다. 아예 온천여행을 목적으로 일본을 찾는 이들도 많다. 나가사키현 역시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유명한, 특색 있는 온천을 품고 있다. 유황성분이 풍부해서 피부병과 류머티즘에 좋은 물을 신비로운 연기와 함께 뿜어내는 운젠온천, 바닷가에 위치하면서 일본 최고 수준의 고온수가(100도 이상) 특징이며 세계에서 가장 긴 족탕을(105M) 보유하여 바다를 보며 즐기는 온천으로 유명한 오바마온천 그리고 해수온천으로 신경통과 피부미용에 좋아 미인온천이라 말해도 손색없는 이오지마온천이 있다.


그중에 운젠온천은 운젠지옥이라는 이름과 함께 온천물을 이용한 제품들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운젠레모네이드와 운젠온천 센베가 있다. 운젠레모네이드는 운젠 온천수의 유황성분 때문에 강한 산성을 띠고 있어 톡 쏘는 맛이 나고 이 맛이 레모네이드의 신맛과 비슷하다고 느끼면서 레몬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지만 레모네이드라는 이름을 붙여서 판매되고 있다. 운젠지옥을 순례하다 보면 온천계란과 레모네이드를 함께 맛볼 수 있는데, 그 맛은 쉽게 표현이 안 되는 익숙함과 색다름의 그 중간즈음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운젠온천 센베는 온천수로 반죽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밀가루, 계란, 설탕에 온천수를 넣어 반죽하면 일반 센베보다 훨씬 바삭바삭한 식감을 얻을 수 있다. 100여 년 전, 시마바라 성주가 좋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이 센베가 전통과 역사를 품고 있음을 알려준다. 센베 이야기를 좀 더 해 본다.


센베는 주로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딱 한 곳, 운젠버스정류소 앞에 있는 가게에서는 하루에 300장 한정 수제 운젠온천 센베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러 개의 성형 틀 앞에서 불을 조절하고 틀을 돌리고, 적당한 센베반죽을 올리는 과정을 직접 눈앞에서는 보는 일은 여행에서 누리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리고 갓 구워진 센베를 먹는 기쁨이란 온천계란과 레모네이드의 조합만큼이나 새로운 것이다. 별거 아닌 듯한 동작이지만 자꾸 보게 되고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자세히 보다 보니 조금 독특한 광경이 있었다. 센베장인께서 반죽을 붓고 틀을 닫고 살짝 삐져나온 반죽의 부분을 아주 조심스레 다루면서 틀에서 분리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삐져나온 즉시 떼어내지 않는다. 조금 기다렸다가 잘 떨어질 만큼의 시간이 지날 때를 놓치지 않고 잘라낸다. 그것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삐져나온 모양 그대로를 잘 보존하는 정성을 보여주셨다. 예쁘고 정갈한 모양의 센베를 만드는 과정의 하나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힘과 애정을 쏟는 듯했다. 어차피 상품으로 쓰지 못하는 자투리에 불과한데...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게 불쑥 그 자투리 하나를 맛보라고 건네주셨다. 별생각 없이 입에 넣었는데, 절로 음, 하는 얕은 소리가 나오고 미소가 지어졌다. 맛있다는 말이며, 상상이상이었다는 표현이다. 센베장인은 흐뭇해하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미미]입니다" 이 자투리는 이름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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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미]라는 말을 듣고 잠시 상상에 잠겼다. 아름다울 미(美)가 두 개 붙어서 '아름답고 아름다운 어떤 것'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투리로써 작은 것이 모여있기에 작을 미(微)를 두 개 붙여 '작은 것들'이라고 표현한 것일까? 내 마음대로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작고 작지만 혹은 작은 것들이지만 아름다움은 뒤지지 않기에 [미미]라고 말한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사실 미미는 일본어에서 귀(耳)를 뜻하는 단어였다. 단순한 어휘적 이해를 갖고 있었다면 그저 그렇구나 하면서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단어가 지닌 의미를 몰랐기에 센베장인이 자투리를 대하는 태도 속에서 나는 여전히 '작지만 아름다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주머니사정이 가벼운 이들의 든든한 간식거리가 되어주면서 그 맛 역시 온전한 모양의 센베에 뒤지지 않는다. 그뿐인가? 자신만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서 센베장인의 말을 인용한다면 일부러 미미만 찾는 "팬"(Fan)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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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는 절대 작은 것이 없다. 모두 다 아름다운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어떤 사람도 함부로 다루지 않으시고,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나름의 옷을 입히시고 이름을 붙여서 세상으로 보내신다. 그리고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 속에는 그 작은 것들을 필요로 하며 나아가 찾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즐거움으로 살아간다. 센베장인은 그 하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센베장인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 성품을 확인했다고 하는 편이 더 맞다.


우리가 자투리처럼 느끼는 삶의 일부조차 하나님은 정성을 다해, 온 힘을 들여서 다루시기에 나름의 명확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운젠온천 센베의 자투리, [미미]는 단순한 간식이 아닌 하나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왔다.




사람들이 배불리 먹었을 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먹고 남은 조각들을 모으세요. 조금도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하세요.” [새한글성경_요한복음 6장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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