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지마(伊王島)

뜻밖에 만난 기쁨

by 알랑뽕

나가사키 여행은 "쉼"보단 "순례"이며, "즐거움"보단 "유익함"이라는 콘셉트로 이어갔다. [인생의 한번쯤 나가사키]라는 여행에 특별함을 더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긴 콘셉트이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분들은 "순례"도 좋지만 "휴식"을 원했고, "유익한 배움"도 놓칠 수 없지만 "여유로움"을 좀 더 선호하신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내 것을 고집하지 않고, 함께하는 이들을 고려하여 스케줄을 작성한다. 다만 [인생의 한번쯤 나가사키]라는 특별함을 잃어버리지 않을 만큼의 변화를 주면서도 중심생각들이 잊히지 않을 만큼의 변신은 아니길 바라며 여행을 구성하고 있다.


이제는 필수가 되었지만 아직 그런 깨달음이 아직 없을 시절에 만나 "쉼"과 "휴식",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생각하고 이런 것들을 포함하는 콘셉트의 여행을 시작하게 만들어준 첫 장면, 첫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련다. 주인공은 "이오지마"다. 나가사키 중심부에서 남서 방향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오지마 섬은 예전에는 탄광의 섬이었으나 현재는 리조트 섬으로 탈바꿈했다. 스파, 바다가 보이는 노천온천, 산림욕을 연상시키는 암반욕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자전거 투어,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는 그야말로 휴식과 힐링의 섬이면서 리조트라고 할 수 있다.


이오지마와의 첫 만남은 휴식, 쉼, 힐링 등의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다. 나가사키에 흠뻑 빠져 있을 때에(나가사키에 미친자로 살 때, 지금도 그렇지만.....) 나가사키 곳곳을 전부 알아내고자 하는 열심을 갖고 일분일초를 아끼면서 돌아다녔다. 그중에 중심지역에서 훨씬 떨어졌으며, 다녀올 교통편도 쉽지 않은 곳에 "마고메성당"이 있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성당은 외딴섬에 위치해 있으면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아름다운 외관을 지녔다. 푸른 바다를 품에 안는 듯한 예수상이 우뚝 솟아 있었고, 100년가량의 시간을 견뎌내었다는 사실에 이끌려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마고메성당을 품은 이오지마는 섬이었지만 연륙교가 있었고, 자주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버스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곳이기에 접근불가의 영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 하나만을 봐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내야 하는 점이 장애물처럼 있어서 여러 번을 시도하다가 마지막에 "이번엔 어쩔 수 없다"라고 체념하며 빠뜨린 장소였다. 그리고 굳이 마고메성당까지 돌아볼 일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정신승리하며 한 동안 방문 리스트에서 빠져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여름, 태양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날 일정이 어긋나서 갑작스레 3-4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더위를 피해 쉴 수도 있었지만 '차라리 힘을 내서 하나라도 더 봐야겠다'는 마음에 후순위로 미뤄두었던 "마고메성당"을 끄집어내어 버스를 탔다. 1시간이 넘는 버스에서의 시간은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나가사키 역에서부터 정류장 약 50개를 지나면서 서다 가다를 반복했다. 그런 것도 모르고 피곤함에 그저 곯아떨어져 있었다. 종점에서 기사님께서 깨워서 겨우 일어났다. 앗, 마고메성당을 지나쳐온 것이다. 정신없이 구글지도를 열고 마고메성당을 찾았다. 다행히도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급한 마음에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돌아가는 버스편이 정해져 있고 이곳에서 머물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서 몸과 마음을 그저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마고메성당을 보고, 다시 언덕을 올라 그 입구에 서고 나서야 크게 숨을 들이키며 조금의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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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훨씬 더 웅장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런 성당이 백 년 전에 지어지고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렸다는 상상을 하니 더욱 가슴 뭉클함 가득이었다. 성당 앞은 다양한 꽃들을 심어놓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당을 찾는 이들을 반기는 듯했다. 그리고 성당 입구에서 본 바다는 어쩜 그렇게 푸르르고 광활하고, 여유롭게 보이는지 말로써는 전달이 안 되는 그런 아름다움을 지녔다. 언제 흘렸는지 모를 땀범벅의 내 몸은 불어오는 바람에 오히려 더욱 시원함을 경험했다. 이 모든 게 선물 같았다. 힘들게 겨우겨우 찾은 마고메성당이었다. 힘을 들일만큼의 의미와 유익함이 있었다.


그리고 한숨을 돌리고 천천히 내려와서 보니 내가 달리면서 지나온 곳이 리조트였음을 알았다. 섬 전체가 하나의 리조트로 조성되어 있었다. 잠깐 시간을 내서 리조트를 돌아봤다. 각각의 캐릭터를 지닌 온천이 세 개나 있었고, 곳곳에 작은 카페들이 자리 잡아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 카페들은 모두 리조트 이용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었다) 자전거를 타며 섬을 돌아보는 사람들, 수영은 말할 것도 없고 서핑, 낚시,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로 모두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비용이 생각보다 저렴했다.(아니, 이 가격에 이런 곳이?) '아~~'하는 감탄의 형용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여기는 꼭 와봐야 해, 이오지마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가사키를 반만 경험한 것이다. 말로 할 수 있는 좋음을 전부 가져다 놓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날에는 둘러보기만 했지만 그 이후에 사람들과 같이 왔다. 그리고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같은 말을 내게 전해 주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는 가족과 함께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의 뿌듯함이란?


어쩌다 보니 "나가사키 아일랜드"라는 리조트를 홍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나가사키 여행 코스로써 이오지마를 만난 것은 큰 기쁨이고 감사라고 할 수 있다. 유익한 배움에만 빠져 자칫 잃어버릴 여유로움을, 순례라는 것에 힘쓰다가 슬그머니 놓쳐버릴 즐거움과 기쁨의 요소를 충분히, 넉넉히 채워줄 만한 장소로써 이오지마를 발견하였고, 인도함 받았다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일상을 살면서 쉽게 잊히지 않은 사건으로써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 풍성함, 좋음 등"을 마주할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런 시간들이 찾아온다. 그것도 힘들고 답답한 일상 가운데 만난 것이라면 그 감사와 감격은 배가 될 것이다. 이오지마가 내게 그랬다. 이오지마를 만나서 나가사키의 여행이 비로소 [인생의 한번쯤 나가사키]라고 더욱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순례와 의미, 그리고 유익함과 교훈에 매몰되어 여행이 주는 쉼과 여유, 휴식과 여유로움을 간과한 채로 끝을 맺을 뻔한 일정이 다양한 요소를 담고서 반짝반짝 빛나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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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는 의도하지 않았고, 계획에도 없었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받은 선물"이다. 이 선물을 통해 여행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시작되었고 일정에 대한 콘셉트도 이전과는 다르게 펼쳐질 수 있었다. 아니 더욱 풍성해지고, 알차게 되고, 의미와 쉼 그리고 순례와 즐거움을 함께 경험하게 하는 [인생의 한번쯤 나가사키]가 완성된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뜻 밖에 만난 사람, 사건, 장소 등을 통해 우리를 빚어가신다고 이해한다. 우리의 계획과 예상대로 모든 것이 펼쳐지고 채워져서 이만큼 여기까지가 아니다. 하나님의 주도적인 "뜻밖에 경험하는 만남"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이해 그리고 삶의 태도와 방향까지도 결정하도록 도우신다. 그런 하나님의 역사와 인도로 오늘 이만큼 여기까지의 "나"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오지마에서, 마고메성당 앞에서 뜻밖의 만남을 통해 빚으시고 세우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할렐루야!




우리가 알다시피,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좋은 결과를 이룹니다. 곧 하나님이 미리 정해 두신 계획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요._로마서 8장 28절(새한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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