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夜景)

위에서 보면 반드시 아름답다.

by 알랑뽕

나가사키는 [세계 3대 야경의 도시]이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단체에서 세계의 야경 도시를 선정하는 것일까? 궁금함에 조사를 해봤다. 먼저는 세계 3대 야경 선정기념비가 나가사키에 세워진 경위부터 살펴보는 것으로 출발점을 삼는다. 나가사키 이나사야마전방대 입구에는 한쌍의 학이 하트를 그리며 우아하게 서 있는 기념비가 있다. 기념비 아래에는 "세계신3대야경선정기념_2012/10/05"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아마도 여기서부터 나가사키가 세계 3대 야경의 도시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에서 2003년에 설립된 야경관광컨벤션뷰로(General incorporated association YAKEI Convention & Visitors Bureau)라는 사단법인은 야경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야경 문화의 진흥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가 2012년 나가사키에서 개최한 야경 서밋에서 "나가사키, 모나코, 홍콩"을 세계 신 3대 야경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이 바로 이나사야마전망대 앞에 기념비가 서게 된 이유다.


이후 이 단체는 2018년부터 야경감상사(야경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대상으로 투표하여 일본의 신 3대 야경을 3년마다 발표하고 있다. 2024년에 제4회 일본 신야경 3대 도시를 발표했는데 나가사키는 4회 연속 선정되는 위치에 있다. 야경이 나가사키 시민들의 자랑이요, 3대 야경도시라는 닉네임을 가질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KakaoTalk_20250812_104853028.jpg

앞선 글에서 설명한 나베칸무리야마에서의 야경이 '현지야경'이라면 이나사야마에서 보는 야경은 '핫플야경'이랄까? 나가사키의 야경 하면 곧 이나사야마전망대에서의 야경을 말한다. 이곳에서의 야경을 어떻게 설명해야 그 아름다움을 읽는 이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도 다 담아내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나가사키 야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가사키 항구 주변의 바다를 위아래로 감싸고 있는 높지 않은 언덕들에 약하지만 촘촘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빛들이 모여 이루는 나가사키의 야경은 '그저야경', '야경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물론 개인의 성향이란 게 있어서 너무 큰 기대를 갖고 보게 되면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자주 접하지 못하는 야경이라는 장면이 주는 감동은 분명 '살아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나가사키야경은 특별한 점이 있다. 그것은 하이라이트가 없다는 것이다. 보자마자 '우~와'를 연발할 만한 눈이 부실만한 강렬한 빛이 없다. 튀는 곳이 없고 전체적으로 잔잔하며, 은근하다. 사실 나가사키, 아니 일본에 와서 의아하게 생각된 게 바로 길거리를 비추는 조명이다. 어느 곳 하나 환하게 밝히는 조명이 없다. 최소한의 불빛으로 겨우 어두움만 살짝 밀어내는 느낌의 가로등은 때론 답답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환한 가로등을 생각하니 더더욱 그렇다. 그동안 밤늦게까지 답사로 꼼꼼하게 살피며 이동하는 나는 동네의 골목길들을 걸으며 자주 불만을 갖고 있었던 부분이다. 여기에 모두 커튼으로 막혀있는 집안의 불빛들 하나 쉽게 드러나지 않으니 일본의 골목길은 으스스함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일본인의 마음은 알겠지만 가로등까지 그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니, "이런 가로등이라면 오히려 달빛이 더 낫겠네!!"


그런데 그런 약한 불빛들, 그 희미하고 어쩌면 초라하기까지 한 빛들이 만들어낸 야경이 바로 나가사키 야경이다.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포인트가 없는, 보자마자 '우~와'하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야경은 아니지만 은근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을 매력으로 갖고 있다. 앞선 '으스스함'의 경험이 있어서일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며 천천히 주의하며 계속 보게 되고 이윽고 기대하지 못했던 색다른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만드는 나가사키 야경이다. 흐릿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지 않는, 누가봐도 돋보이는 점이 없어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있음으로 연대하여 "아름다움"을 만드는 현장을 보여준 나가사키야경이라 말하고 싶다.

KakaoTalk_20250812_104936362.jpg

나가사키의 야경을 보면서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작고 초라하며, 작은 능력으로 겨우 내 자신의 발아래에만 비추는 삶을 살아가는 일에 급급하여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하나님의 시각에서는 그런 희미한, 보잘것 없이 보이는 영향력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기에 "아름다움"으로 보이고 그 작은 불빛들을 향해 "아름답다"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실까? 조심스러운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자신감을 채워 말하고 싶다. 하나님은 적은 능력으로 살아가는, 겨우 숨만 쉬고 삶을 이어가는 우리에게 "아름답다"라고 말씀하고 계시는 중이시라 믿는다. 하이라이트가 없다는 것이 전혀 흠이 되지 않고 오히려 손꼽히는 장소로 선정된 나가사키 야경처럼, 큰 영향력과 놀라운 일들을 감당하지 않는 삶에도 여전히 하나님께서는 아름다움을 가진 인생으로 보고 계시리라. 스스로가 큰 빛이 아니어서, 영향력이 없이 겨우 살아있는 것 때문에 자책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가사키의 야경을 보면서 하나님의 시각에서 나는 아름다움을 지닌 빛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가사키의 야경처럼, 빛이 작아도 하나님 안에서 우리는 충분히 아름답다."




그는 구부러진 갈대라도 꺾지 않고, 스러지는 심지라도 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진실하게 정의를 이루어 줄 것이다.

(이사야 42:3_새한글성경)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0화여기당(如己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