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端島)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by 알랑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보호하고 계승해야 할 문화적 보물'로 평가받은 장소를 뜻한다. 나가사키에는 두 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부분으로 미스비시 조선소, 하시마탄광 등이 등재되었고 2018년 "나가사키와 아마쿠사 지방의 잠복 기리시탄 관련 유산"부분으로 오우라천주당, 히라도 성지와 마을 등이 등재되었다. 이러한 세계문화유산의 등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국가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각 나라마다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힘을 쓰고 있다.


나가사키 항에서 약 30분을 배를 타면 도착할 수 있는 섬, 하시마는 남북으로 480미터, 동서로 160미터, 둘레 약 1,200미터, 면적은 63,000평방미터의 크지 않은 섬이다. 이곳에 1880년대부터 석탄이 발견된 이후 1974년까지 해저 탄광으로 운영되며 일본의 근대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 한때 인구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았을 정도로 번성했던 영광을 지닌 곳이었지만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면서 폐쇄되었고 점점 사람들이 떠나가고 마침내 무인도가 되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건물들과 어우러진 지형의 스카이라인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일명 군함도로 부른다.(이후 하시마는 군함도로 표기한다) 이후 한동안 일본 내에서도 관심밖에 있었고 폐허 상태로 존재한 장소들이었으나 세계문화유산등재라는 이름을 얻어 이제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하였고 전국, 전 세계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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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해저 탄광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석탄의 생산량을 극대화한 현장이 하시마 탄광이다. 섬 전체가 탄광도시였던 이곳에 노동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가(1916) 30호동이 건설되었고 학교, 병원, 극장, 공동 목욕탕 등 도시와 다름없는 생활시설들을 갖추고 있었다. 아주 작은 섬에 불과했지만 단순한 탄광이 아닌 일본의 근대화와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해상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이곳을 남녀노소, 계절과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옛날의 화려하고 풍성했던 현장들을 상상하며 찾아온 이들에게 서구 열강에 맞서 독자적인 산업 국가로 성장한 일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다. 또한 당시의 첨단 기술과 번영의 흔적들을 오늘의 현장과 당시의 사진들을 대조해 가면서 일본인들에게 자부심을 느낄만한 내용들을 충분히 갖춘 군함도다. 작고 초라하며, 보잘것없는 섬이지만 이곳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석탄을 캤던 광부들과 그 가족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헌신했던 평범한 일본인이었으며 이들의 땀과 노력을 통해 일본의 발전을 이끌며 100년 전에 이미 "바다 위의 도시"를 건설했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의 현장에 서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했던 앞선 세대들에 대한 존경, 오늘의 번영과 영광은 노력과 헌신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러한 유산을 보존하고 후대에 전달하는 것이 곧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임무라는 것을 알려주는 훌륭한 역사적 장소임에 틀림없다.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안내하며 자랑스럽게 펼쳐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한 조각이 빠져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전쟁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석탄이 절실했고,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했다. 이들은 '노무자', '탄광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이곳 군함도까지 끌려왔다. 이들은 해저 1,000미터 깊이까지 내려가 하루 12시간 이상 석탄을 캐는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으며 탄광 내부 온도는 40도에 육박했고, 유독가스와 분진으로 가득 차 있던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었다. 이뿐인가?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 일본인들과는 달리 좁고 허름한 숙소에서 생활했으며, 식사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일본인 노동자들과의 차별은 물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받은 임금 역시 다양한 항목으로 착취당했고 손에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만큼이었다. 일본인에게는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장소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눈물과 고통 그리고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기억되는 곳이 군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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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군함도 관광투어는 철저히 일본의 근대 산업화 유산을 강조하지만 조선인들에게 행했던 강제징용의 역사, 군함도에서의 비참하고 위험한 조선인들의 생활상에 대해서는 왜곡하거나 삭제했다. 분명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이와 같은 조선인 강제징용의 내용을 함께 표기하기로 약속했으나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아 정작 군함도를 찾는 이들에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곧 보이는 것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그것들이 모든 것인 줄 믿고 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앞선 글을 통해 확인했다.


군함도를 방문하면서 나는 보이는, 들려지는 번영과 영광의 이야기에만 빠져들지 않았다. 당장에 보이지 않지만, 들려지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이야기와 가치가 있음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든 것을 경험하며 진실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래서 군함도에서는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의하며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긴다. 신앙인의 일상도 이와 같은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역사와 세계가 있다. 군함도에서 경험하는 것처럼 지금 들려지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는 세계의 이야기와 가치로만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 성령의 역사, 긍휼 하신 하나님의 손길들이 강력하게 우리를 이끌고 있다.


군함도의 숨겨진 이야기를 외면하면 진실을 알 수 없듯, 신앙인의 삶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역사와 은혜를 놓치면 진리를 온전히 알 수 없다. 보이는 세계 한쪽에서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에 우리는 비로소 진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금 불편하더라도, 신경이 곤두설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와 가치 그리고 은혜와 성령의 역사에 집중하며 오늘 하루하루를 채워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집중해서 바라보는 것은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보이는 것들은 잠깐 있다가 사라지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고린도후서 4장 18절_새한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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