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고조(鮨幸三)

함께있음을 넘어 풍성함으로

by 알랑뽕

나가사키를 방문하지만 일본이라는 더 큰 카테고리 안에 있기에 [일본방문중에 꼭 해야 하는, 꼭 먹어야 하는 리스트]를 나가사키라고 해서 예외로 둘 수 없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모두가 공통으로 생각하는 음식메뉴가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초밥, 우동, 라멘, 돈카츠, 장어덮밥 등등, 물론 이견은 있겠지만 이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그래도 "초밥"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초밥"만큼은 먹고 와야 일본을 다녀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가사키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빠뜨릴 수 없는 초밥에 대해서 나누고 싶다.


나가사키에도 많은 초밥집이 있다. 가성비가 좋은 회전초밥집을 비롯하여 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이자카야는 말할 것도 없고 특별한 손님들을 예약받아 운영하는 고급 초밥집 등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가진 초밥집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다


나가사키를 돌아보면서 나름의 다양한 모습의 초밥집을 두루두루 다녀봤다. 가족들과 함께 가면 좋은 집, 많이 먹지만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년들이 방문하면 좋은 집, 초등학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주면서 초밥 이외의 다양한 메뉴들을 준비해 놓은 집, 비용은 좀 들더라도 일본만의 분위기를 만끽 할 수 있는 집 등 여행객들에게 나름의 선택지를 넓게 건네기 위한 수고로움의 결과물들이었다. 그 중에 꼭 소개하고 싶은 집 하나를 고른다면 망설임없이 선택할 수 있는 집이 있다. 바로 스시고조다.


스시고조는 나가사키 시내라고 할 수 있는 간코도리역에서 가까우면서도 주변이 번잡하지 않은 분위기의 한적한 골목길 끝에 위치하고 있다.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식당을 운영중이다. 식당의 이름은 아버지의 스승님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6-8명 정도의 사람들이 들어가면 꽉 차는 카운터석이 구비되어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치마키(머리띠)를 두른 부자가 "이랏샤이마세"라고 큰 소리를 외친다. 이렇게 외치는 사장님(아버지)의 환한 얼굴은 그렇게 환할 수 없다. 주름이 많은 얼굴이지만 그 주름들 사이에는 '반갑고 반갑습니다'라는 말이 시각적으로 전해지는 듯 한다. 입장할 때부터 기분좋음을 경험한다. 좁은 카운터석, 하치마키, 이랏샤이마세는 '내가 있는 곳이 지금 일본이구나'라고 명확하게 인식시켜주는 아주 훌륭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스시고조.jpg

메뉴는 다양하지만 여행객에게는 아주 단순한다. 세 가지만 존재한다.(물론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우리는 다른 것이 아닌 초밥을 먹으러 왔으니 초밥메뉴에만 집중한다) 초밥의 종류는 상초밥, 특상초밥, 오마카세가 있다. 이 집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는 오마카세의 가격이다. 세금미포함 6천엔이다. 상초밥은 2천엔, 특상초밥은 4천엔이다(2025년 9월) 보통 사람들이 일본 여행에 왔으면 제대로된 초밥을 먹자는 생각이 있다. 그 가격이 조금 있더라도 도전해 보는 것이 여행이라고 이해하고 일본을 방문한다. 하지만 막상 식당 입구에서 가격을 확인하면 망설여진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한 끼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라면 여행이라고 해도 그 허들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이 돈이면...'


그런데 스시고조는 사람들이 몰라서 찾아가지 못하는 것이지, 알고 방문하면 그 입구에서 망설임이란 거의 없다고 하겠다.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식당임에 틀림없다. 어디 일본에서 6천엔에 오마카세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일본의 노포라고 상상하는 그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고, 나오는 음식의 맛은 '역시 초밥은 일본이구나'라고 감탄할만하며 나가사키 항구에서 직접 당일 공수해오는 재료들이니 초밥의 신선도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여기에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초밥 하나하나 눈 앞에서 완성해서 내어주시는 사장님, 오마카세의 전체 스토리가 하나의 쇼처럼 경험된다. 이뿐인가? 손님들이 무엇을 필요로하는지 세심하게 살피면서 응대하는 사장님 아들은 아버지와 오랜시간 합을 맞춰온 것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나가사키를 방문했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스시고조를 들른다. 스시고조는 즐거움이 되고, 여행의 피곤함을 녹여주는 쉼이되고, 다시 힘을 얻게 하는 위로와 격려가 된다. 스시고조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찾는 사람은 없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나가시키에 가거든 꼭 스시고조를 들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은 예약이 아니면 방문하기 쉽지 않아서 여행객들에게는 조금 접근이 어려워진 점은 너무 아쉽다_스시고조가 꽤 높은 평점의 가게로 이름이 나 있는 상태니 더더욱 쉽지 않게 되었다)

스시고조2.jpg

나가사키를 방문할 때마다 스시고조를 들른다. 이제는 내 얼굴을 아시는 듯 더욱 반갑게 맞아주시는 듯 하다. 그런데 늘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그저 초밥만 먹고 나온다는 것이다. 사진만 찍고 나온다. 다른 손님들은 사장님과 또 그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웃으면서 풍성한 시간을 보내는 듯 한데 나는 언어의 장벽이 있어서 그저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만 말하고 더 이상의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손님들이 가끔씩 그 대화에 초대하지만 나는 그저 웃는 모습만 보일뿐이다. 식탁에 앉아있다. 그리고 식탁에서의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의 자리로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저 음식만 맛보는 것 이외의 것은 할 수 없다. 안타깝고 아쉽다. 그래서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간절함이 있다. 그 평범한 대화 속에 함께하고 싶다. 웃고 떠드는 이야기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일본어에 열심을 내는 수 밖에 없다.


신앙생활에도 이와 같은 면이 있지 않을까? 우리는 교회에 나와 복된 말씀을 듣고, 좋은 시설에서 예배를 드리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제한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차려주신 풍성한 식탁과 같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이 식탁에서 하나님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나의 속마음과 고민을 털어놓고,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웃고, 위로받고, 힘을 얻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좋은 말씀'이라는 초밥만 먹고 '은혜받았다'는 사진만 찍고 나오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최고의 식당은 그저 음식 맛만 좋은 곳이 아니라, 풍성한 교제와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나에게 스시고조가 그런 식당이길 바란다. 나가사키를 찾는 이들 모두에게 동일한 마음이면 좋겠다.


나의 고민이다. 어떻게 교회만 다니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과 깊은 관계 속에서 풍성함을 누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나님의 언어를 배우고, 하나님과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스시고조에서의 경험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려는 나의 간절함처럼, 우리모두가 말씀을 더욱 가까이하고 기도를 통해 마음을 여는 일에 간절한 마음으로 애를 쓰고, 힘을 내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과 깊이 대화하며 진정한 교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초밥집 소개하면서 너무 무거운 이야기는 아닐까? 고민이 되지만 그래도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심스레 내어 놓는다.



사슴이 물길을 애타게 찾습니다. 그처럼 이 몸이 주님을 애타게 찾습니다, 오, 하나님! 이 몸, 하나님을 목말라합니다, 살아 계시는 하나님을. 언제 내가 가서 뵐 수 있을까요, 하나님 얼굴을? [새한글성경_시편42편 1-2절]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3화이오지마(伊王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