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메이소(四明荘)

언제나 변함없이

by 알랑뽕

나가사키현의 동남쪽 끝에 돌출된 시마바라 반도(島原半島)에 시마바라시가 있습니다.(이하 시마바라) 시마바라는 물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맑은 물이 도시 전체에서 연중 끊임없이 솟아납니다. 이 물을 이용하여 간자라시(찹쌀가루로 만든 작은 경단을 시마바라의 맑은 용천수로 식힌 후, 벌꿀과 설탕 등으로 만든 시럽을 곁들여 먹는 음식)나 수타소면(제조 과정에서 반죽을 할 때 깨끗한 용천수가 사용되며, 이 물이 소면 특유의 탄력과 풍미를 결정합니다. 잘 삶아도 쉽게 퍼지지 않고 차갑게 먹을 때 특히 식감이 살아나는 특징을 지닙니다)을 만들어 지역의 특산물로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주민들은 맑은 물의 깨끗함을 보여주고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건네기 위해 신마치(新町) 일대의 수로에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비단잉어를 방류하여 일명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을 조성,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접근을 허용하는 음수대가 시마바라의 길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물의 도시라는 별명에 합당함을 증명하고 있는 시마바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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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손에 꼽는 것은 바로 시메이소(四明荘)입니다. 이곳은 다이쇼 시대 초기(1912-1926), 의사였던 이토겐조가 자신의 별장으로 건축한 곳입니다. 이름을 풀어보면 알 수 있는데, 동서남북 곧 사방의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의미의 '四'와 맑은 물이 솟아나는 것과 함께 모두 볼 수 있다는 뜻의 '明' 그리고 이곳이 별이나 산장이라는 호칭의 '荘'이 모여서 만든 이름이 바로 시메이소(四明荘)가 됩니다. 실제로 시메이소의 중앙 마루, 다다미방에서 보는 사방의 모습은 한 번 보면 쉽게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마바라 반도의 화산 지형 덕분에 연중 17℃의 맑고 풍부한 용천수(지하수)가 솟아나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정원 중앙에 연못을 조성한 것입니다. 이 연못은 대부분의 별장의 연못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에 반해 어디에서 따로 물을 끌어오지 않고 연못의 바닥이나 주변부에서 물이 직접 분출하여 채우고 있으며 이 물들을 중앙 연못을 가득 채운 후 연못 밖으로 넘쳐나면서 시메이소 부지 전체를 지나 외부의 수로(잉어가 헤엄치는 마을의 수로)로 흘러나가는 구조로 조성되어 있기에 자연친화적이며 연못의 물은 항상 맑고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연못 전체가 용천수라는 복되고 아름다운 선물을 잠시 담아두는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듯 보입니다.


시메이소의 마루에 앉아서 정원의 연못을 비롯한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강력한 매력에 이끌리어 나도 모르게 끌려가는 사람처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 모를 만큼 쉽사리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 풍경의 하나가 되어버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의 양이 어떠함과 상관없이 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깊이 마음속에 각인되어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다시 찾고 싶은 나가사키의 이유에는 꼭 시마바라의 시메이소가 있다는 사실은 결코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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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이소를 찾게 되면 늘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점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물, 용천수입니다. 안내에 따르면 하루에 약 3천 톤의 물이 솟아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500ml 생수병으로 환산하면 약 600만 개라고 합니다. 그 양이 정말로 어마어마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물이 또 이렇게 맑고 깨끗한 물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렇게 계속 물이 솟아 나오는 데 그 끝은 어디일까? 봐도 봐도 신기하고 놀라울 뿐입니다. 이 놀라움과 신기함에 더해서 시메이소가 품고 있는 물의 깨끗함은 흘려보내기에 유지된다는 사실 등은 하나님의 말씀, 성경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갖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시마바라의 시메이소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용천수처럼 매일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품고 그 말씀과 함께 살면 우리의 삶 역시 시메이소의 연못의 나무들처럼 마르지 않는 푸르름을 얻게 되지 않을까요? 또한 시메이소가 그 물을 주변으로 흘려보내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의도적으로 힘을 다해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운 이들에게 건넬 수 있다면 시메이소의 깨끗함과 같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정결함을 매일매일 선물처럼 받게 되는 일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요?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품는 일상을, 동시에 기꺼이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물길 곁에 심은 나무와 같아서

철 따라 열매를 맺고 잎사귀가 마르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잘됩니다. (시편 1:3_새한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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