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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Feb 14. 2024

자신의 세대에 속하는 더 젊은 육체들에게

줄리언 반즈 <연애의 기억>



남편과 자식이 있는 나이 많은 여자와 이제 막 청년기에 들어선 젊은 남자와의 사랑.


이런 조합은 꽤 드물게 생성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들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선은 상투적이다. 상투적인 결말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시선을 통제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자신에게는 형성되기 힘든 관계라 부럽다는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고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딘가 못나고 부적절한 심성의 이야기로 간주하고 싶어 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그냥 늙어가지 않고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과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을 조금씩 늘려간다. 생활의 규모가 확장될수록 누릴 수 있는 자유도 증가하지만 책임의 규모 또한 덩달아 확장되어 간다. 젊은 사람에게 그런 관계는 하나의 독특한 경험, 인생의 규모를 확장시킬 수 있는 조금 색다른 과정일 수 있다. 그래서 그 관계에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고 그 관계에서 남기고 싶은 감정과 기억을 최대한 모조리 끌어내고 싶은 열정이 있다.


반면에 나이 많은 쪽의 사랑은 목에 작은 가시가 걸린 채 참았던 물을 마시듯 그 관계에 몰입하면 할수록 인생의 규모가 수시로 제동을 건다. 지금의 나이에 찾아온 행운을 마냥 흡입할 수가 없고 행운의 생명은 일시적일 확률이 많다는 걸 알기에 언젠가 반드시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간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그 사랑에 주체할 수 없도록 만들지만 결국 이 사람을 자신의 세대에 속하는 더 젊은 육체들에게 돌려보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우지 못한다.


그러나 걱정은, 그 걱정대로 흘러가는 걸 바란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그랬을지 몰라도 내가 갈  미래는 상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 희망이 내일 다시 그 사람을 만나도록 이끌어준다. 희망이자 다짐이며, 두 사람 모두 상투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귀결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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