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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Feb 06. 2024

해본 것의 가치

김화진 <근육의 모양>


소설의 첫 문단은 사진 찍기 좋은 크기로 일부러 맞춰 놓은 듯 마침표 하나까지 절묘하게 손질되어 있다.



'해본 것은 더한다.'


나는 이 말을 주로 내 행위의 부적절성을 변명하는 도구로 사용해 왔다. 결코 같은 성격으로 분류할 수 없는 일임에도, 실패가 자산이 되는 것처럼 내 행동도 결국 어떤 가치 하나 정도는 담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사실 기대로 위장한 기만일 때가 더 많았다. 저지른 일에 대해서 남을 속이는 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을 때 최후에는 자신을 속여야 하는 게 인간이다.


그러나 한 때는 스스로의 기만이나 정당화에 뿌리를 두지 않고 무언가를 해보길 원했던 적이 있다. 예를 들면, 가진 걸 모두 잃을 정도로 사기를 당하거나 범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는 일과 같이 주로 나를 파괴시키는 형태들이었다. 그것은 평소에 두려운 일을 먼저 겪고 싶은 마음이었다. 바닥에 닿은 후 상승하는 인생을 살고 싶은 욕구였다. 정해진 범주 내의 자유만 허용된 이 허약한 안정을 깨부수고 싶은 강한 유혹이었다. 무너진 사람만이 아무렇게 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동경이었다.


그런 상태라면,

수치와 모욕으로 단련된 근육을 가진다면,


해본다는 건 언제나 플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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