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매의 괴기스러움은 할머니를 뒤집어지게 했다.
두 자매에게 토끼 한 마리가 있었다. 오후가 시작되면 금세 까만 밤으로 넘어가는 깊은 산골의 시골 마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향한 욕망을 향해 기울어진- 두 자매와 허리가 휜 할머니를 품어주었다. 그 집 주변으로 두 집이 더 있었고 방랑객이 오고 가고는 했다. 동생의 눈가에 토끼에게 물려 오돌토돌한 딱지가 앉아있을 정도로 토끼는 사납게 자매를 공격했다. 눈가에 앉은 딱지는 이미 입가에 앉은 딱지가 다 나은 뒤에 또 생긴 것이다. 두 자매가 토끼에게 얼굴을 물리는 일은 대수롭지 않은 일에 속했다. 자매들은 늘 재미있는 일만 찾아다녔다. 밖으로만 나도는 자매들을 집에 묶어 둘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은 집 안에 동물을 들이는 일이었다.
이것들아, 또 나가냐. 못 된 것들! 못 된 것들아! 어떻게 이딴 것들만 골라서 주워 와. 거북이, 도마뱀, 개구리, 지렁이, 개미, 방울벌레... 헉.. 헉.. 이 못 된 것들, 내가 죽어야지 끝나지!
할머니는 자매들이 주워 온 동물들을 어떤 건 새 장에, 어떤 건 상자에, 어떤 건 그릇에 넣고 돌보았다. 파충류들은 구워 먹혔다. 할머니는 동물들을 먹이느라 하루종일 힘들어했다. 다행히 동물들은 집에서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말라죽고 굶어 죽었다. 언제나 원래 키우던 한 마리의 토끼만 남겨졌다. 토끼는 자주 혼자가 되었다. 그런 처지를 아는 두 자매는 토끼에게 사랑을 주려고 자주 끌어안았지만 오히려 토끼는 두 자매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두 자매의 얼굴과 팔뚝은 딱지가 앉은 상처나 이제 막 생긴 상처, 거의 다 나아가는 상처들로 가득했다. 두 자매는 다시 외출 준비를 했다. 그러면 할머니의 욕하는 소리가 집 밖으로 울려 퍼진다. 저녁 나팔소리처럼 동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아, 그래. 이제 잘 시간이야.' 하며 안심했다.
긴 머리카락을 허리 아래까지 풀어헤친 두 자매가 서로만 들리는 소리로 낄낄거리며 길을 횡단하고 종단하여 남으로 북으로 토끼에게 필요한 다정한 친구를 찾아다녔다.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언니는 나무를 타기 위해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커다란 은행나무 위를 올라탔다.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노랗게 익은 잎과 열매를 보고 귀중한 보물 다루듯 보따리에 챙겨 넣었다. 열매에 코를 대니 자기 집에서 자주 맡던 향이라 욕심 껏 다섯 송이를 골랐다. 갈색 머리카락의 둘 째는 언니처럼 나무를 타지는 못하고 갈색 머리카락 안에 숨은 작은 얼굴을 끄집어내어 시골 바닥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이 깊은 산골은 사냥꾼으로부터 동물들을 숨겨주었다. 갈색 머리카락을 넘겨 희미한 달빛에 얼굴을 내밀었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모기가 달려들었다. 암컷 모기가 배가 불러 날갯짓이 느려질 때까지 기다리다 천천히 두 손을 포개 가두었다. 채집당한 다섯 마리의 모기를 유리병에 모았다.
할 일을 끝낸 두 자매가 은행나무 아래에 기대앉았다. 서로의 긴 머리카락을 땋아 연결했다. 머리가 붙은 모양새를 하고 눈을 치켜떠 서로를 바라보고는 신나 웃었다. 자매는 땋았던 머리카락 그대로 머리가 붙은 채 토끼에게 줄 선물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반쯤 접힌 신발 바닥을 먼지가 날리도록 질질 끌고 뜀박질하듯 걷는 두 자매를 가끔 오고 가는 방랑객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허리가 아픈 할머니가 누워 구시렁대었다. 머리가 붙은 채 냄새나는 물건들을 손에 쥔 어른처럼 커버린 아이들을 향해 한쪽으로 누워 최대한 기분 나쁜 생각을 짜내 말했다.
어이구, 어이구... 저건 또 뭐야. 내 집에는 왜 저런 것들만 들어와. 이 못 된 것들. 아이고 허리야.
목소리를 겨우 끄집어내어 두 자매를 혼내다 잠이 들어버린 할머니를 지나쳐 자기들의 물건이 잔뜩 쌓인 방으로 들어간 자매들은 각자 채집한 물건들을 손 보기 위해 머리카락을 풀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욕조에 깨끗한 물을 받아 몸을 담갔다. 갈색과 검은색이 섞인 땋은 머리카락을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들었다. 마른 몸에 비해 작고 통통한 손가락을 가진 언니가 물에 풀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흐트러트려 떼어냈다. 오래 붙어있던 머리가 떨어지고 기울어졌던 목을 곧게 펴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 두 자매의 목욕신이 펼쳐졌다. 아무 보는 이가 없이도 그 모습은 광채를 발산하고 있었고 물에 때가 씻겨나갈수록 끝없는 빛이 어린 피부를 벗겨내고 있었다.
두 자매는 리넨으로 만들어진 발목까지 늘어진 잠옷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가서 각자의 포획물을 꺼냈다. 식탁 위에 노랗게 물 든 다섯 송이의 은행과 은행잎이 꺼내진 순간 코를 찌르는 냄새에 두 자매는 입을 막고 키득댔다. 할머니가 자면서도 코를 찡긋거리는 모습을 보고 두 자매는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훗! 아하하하.
터진 웃음보를 막기 위해 서로의 입을 막았지만 웃음이 심장을 터질 것 같이 두드려댔다. 그 순간 부릅뜬 할머니의 눈과 마주친 두 자매는 입을 꾹 다물었고 방은 정적 소리로 고요했다. 할머니의 눈이 다시 감겼다. 웃음도 뚝 끊겨 두 자매는 각자의 할 일을 했다. 언니는 은행과 은행나무 잎을 깨끗이 씻어 푸른색 접시 위에 올렸다. 동생은 잡아 온 모기들의 침을 제거했다. 그러면서 말하길 “암컷 모기들이 토끼에게 엄마 역할을 해줄 거야. “
토끼는 두 자매의 방 뒤쪽에 딸린 골방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자매가 며칠을 걸려 만든 투명한 아크릴 판으로 만들어진 토끼의 집은 여러 가지 색의 셀로판 종이로 꾸며져 달빛을 분해했다. 훤히 보이는 안쪽 바닥에는 볏짚이 푹신하게 깔려있고 주워온 돌과 나무, 속을 파서 만든 커다란 박 집 때문에 다정한 느낌을 갖게 됐다. 이제 토끼에게 새로운 선물을 줄 시간이 되었다. 뚜껑을 열어 푸른색 접시와 침을 뺀 모기 다섯 마리를 얼른 집어넣었다.
아침이 되자 어젯밤의 일은 모두 잊고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