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잔 Jul 05. 2021

조조의 작은 집

장마

똑. 똑똑. 똑.

조조는 문을 열었어.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

주변을 두리번거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어. 조조의 시선이 아래쪽을 향했을 때 

노란 얼굴을 하고 억센 줄기를 가진 꽃이, 바람이 불 때마다 문을 향해 머리를 찧고 있었어.

가엾은 꽃 머리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기대어 주었어. 집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으니 빗소리가 멀어졌어. 

똑. 똑. 똑똑.

이번엔 소리가 문쪽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천정에서 들려왔어. 소리는 멈추지 않았어.

아무래도 위층으로 올라가 봐야겠어. 조조가 말했어.

위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고슴도치 아저씨와 다람쥐 할머니, 참새 부부를 만났어.

아기를 가진 참새 부인의 배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것 같이 커다랬어. 

물이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떡갈나무 23번지에 사는 이웃들이 모두 나와 있었던 거야. 

다 함께 줄지어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올라갔어.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어. 4층을 지나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니 나뭇가지가 부러져 천정에서 

물이 새고 있었어. 아직은 작은 틈이었어.

이웃 여러분, 이거 참. 곤란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집에서 물이 새다니 앞으로 우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이거 참....... 

고슴도치 아저씨가 말했어.  

이 비는 며칠 동안 멈추지 않을 거야. 이대로 두면 구멍이 더 커져서 집이 물바다가 될 텐데, 어쩌나. 

다람쥐 할머니가 말했어. 참새 남편의 얼굴이 고민에 빠졌어.

내가 밖으로 날아올라 구멍을 막아볼게요. 참새 남편이 말했어. 

참새 남편의 말에 모두 놀라고 걱정했지만 참새 부인은 훨씬 그런 것 같았어.

구멍을 막기 위한 이불, 이불과 나뭇가지를 묶기 위한 단단한 끈을 준비했어. 

참새 남편이 밖으로 나가 거세게 내리는 비를 뚫고 날아올랐어. 이불을 구멍 사이로 넣고  

나뭇가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입에 물고 있던 끈으로 단단히 감아 묶었어. 

참새 남편이 하는 일을 4층 창문을 통해 모두 보고 있었어. 참새 남편은 온몸이 비에 젖었어. 

4층 참새 부부의 집으로 돌아온 참새 남편에게 마른 수건을 감싸주고, 따뜻한 불가로 자리를 내주었어. 다람쥐 할머니가 옥수수 수프를 끓여 참새 남편에게 주었어. 참새 부인이 참새 남편의 손을 꼭 잡았어. 비가 새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어.

장마는 그 후로 닷새 동안 이어지다 끝이 났지.

조조의 집은 1층이라 바닥으로 물이 많이 스며들었어. 축축한 날들을 보내야 했지.

달팽이는 기분 좋게 바닥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어. 

참새 부인이 아기를 낳았어. 조조는 지난 여행 때 꾸었던 이상한 꿈이 떠올랐어. 참새 부인이 아기를 낳는 꿈이었어. 아기를 낳는 순간 꿈에서 깼던 거야. 

떡갈나무 23번지에 사는 모두가 창문을 활짝 열어 집을 말렸어. 

장마가 지나간 자리엔 뜨거운 햇살이 비쳤어. 

다시, 무더운 여름이 시작된 거야.














작가의 이전글 조조의 작은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