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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잔 Aug 05. 2021

조조의 작은 집

푸른 곰과 조조

곰바위 언덕에 올라 달리기 시합을 하고, 술래잡기를 하고, 나무 위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놀이는 언제까지 즐거울까.

조조와 푸른 곰은 아직 그런 생각을 하며 고민할 나이가 되진 않았지.

놀이는 늘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웠어.

푸른 곰은 재빨랐어. 갈색 나무 앞에서 땅 소리가 나면 조조보다 다섯 걸음 정도는 앞에서 뛰었지. 

회색 나무에 도착해서 양팔을 올리고 신나 하며 눈치도 없이 조조를 보고 웃었어. 조조는 별로, 분하다는 

마음보다는 뛰면 솟아오르는 마음의 오로라가 좋았어. 뛰어놀다 보면 마음속 어디선가 흐물흐물한 게 

생겨나는데, 그건 너무 즐거워서 뛰고 또 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게 했거든. 술래잡기를 할 때는 푸른 곰이 술래가 될 때가 많았어. 조조는 언덕 위를 자기 집처럼 꾀고 있어서 잘도 숨었고, 푸른 곰은 울그락 불그락 

숨을 몰아쉬고는 다음엔 내가 이길거야하며 매번 지고 말았어.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지면 집에 돌아갈 시간이야.

곰바위 언덕을 내려가려고 할 때, 푸른 곰은 조조의 손을 잡고 신나게 뛰어가고 싶었어.

말리지 않았으면 푸른 곰은 굴러갔을지도 몰라. 

푸른 곰은 조조가 손을 잡는 일을 불편해한다는 것도, 뛰어 내려가는 것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어.

푸른 곰은 하고 싶은 일과 그래도 참아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

고민은 다 힘들지.

땀을 빨리 식히려면 뛰어가는 게 좋을까? 걸어가는 게 좋을까?

푸른 곰, 난 천천히 가도 되니까 먼저 뛰어가. 조조가 말했어.

푸른 곰은 조조를 보고, 잠깐, 2초와 3초 사이에서 고민하다 재빨리 뛰어 언덕을 내려갔어.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손을 흔들어대며 신나게 뛰었지.

조조는 빈 손을 흔들었어. 

신나 하는 푸른 곰의 뒷모습은 금세 사라져 보이지 않았어. 

조조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천천히 땀을 식히며 언덕을 내려갔어. 

푸른 곰은 푸른 곰대로, 조조는 조조대로 집으로 돌아갔어. 

푸른 곰은 푸른 곰대로, 조조는 조조대로 기분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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