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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의 Mar 15. 2024

2. 나의 브런치 입성 소동

-브런치에 열하일기 읽기를 올리며

   

2024년 3월 8일 금요일, 나는 동아리 카톡방에 공지를 띄웠다. 브런치 시작합니다. 싸게 싸게 와서 읽고 댓글도 달아주시면 쌩유. 브런치스토리에 나의 1번 글-이름하여, 1. <열하일기 75일 읽기>를 시작하다- 옷소매를 걷어붙이고를 올린 직후다. 대단한 작가나 된 것처럼 축하 톡이 즉시 올라왔다. 아이고, 쑥스럽구먼. 별것도 아닌 일을. 더구나 다니는 교회 목사님에게까지 나발을 불어놓으니 황송하게도 바쁘신 목사님이 시간을 내어 직접 전화까지 주셨다.


  글쓰기를 하려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두루 찾았었다. 오프라인 모임은 모인 사람들에 따라 훈훈하거나 살벌한 합평을 맛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년간 문창반 동아리에서 합평을 주고받았는데, 오래오래 다니다 보니 해묵은 모임다운 문제가 보였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나머지 부부처럼 매운맛은 피차 슬슬 피해 덤덤해진다. 온라인으로 매일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랬더니 주 1회 글쓰기에 길들어 있던 몸이 힘이 들어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글쓰기는 주 1회로 낙찰이 됐다.


  나의 열하일기 관련 글을 낭독하면 7분 정도 걸린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벅차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브런치를 떠올렸다. 가만있자, 완성도가 높은 글이 대여섯, 덜 높은 글이 대여섯이니, 브런치에 주 1회 올리면 되겠다. 완성도가 높은 것을 먼저 올리면서 동시에 다른 글들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면, 12주에서 16주까지는 해볼 만하다. 체험담들을 읽으니, 신청했다가 떨어졌느니 여섯 번이나 떨어졌느니 하는 것이 심사가 여간 깐깐하지 않은 모양이다. 경험 삼아 한 번 해보자, 떨어지면 말고, 하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3월 7일 16시경에 연락이 왔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가장 먼저 머리에 스친 것은 발칙한 물음표였다. 브런치가 요즘 뜸한가? 아무나 팍팍 받을 만큼 다급한가? 하지만 여간 깐깐하지 않은 브런치 심사 결과에 딴지를 거는 건 나로서는 자폭질문이다! 며칠 걸려 나온다던 결과를, 언제 오나 목을 늘이더니, 오, 빠르다. 안도의 한숨 한 번에 곧장 허세 작렬해 봤다.


  삼 남매 가족 톡에는 여러부~운, 내가 브런치 활동을 시작했으니 구독을 눌러 주세요. 시간 되면 글도 읽고 피드백도 부탁합니다. 하고 올렸다. 즉시 주소를 띄우라는 답톡이 왔다 할 줄 모른다고 늙은이답게 즉답부터 해놓고서도, 띄울 방법이 있으니 띄우라고 했겠지?, 하고 구석구석 훑어 공유 아이콘을 찾아냈다. 글을 브런치에 올리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마케팅 활동도 성의껏 병행해야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가 맞다. 필요하니까 저절로 터득이 된다. 심지어 콜센터 직원의 공식 멘트가 자식들을 상대로 절로 날려진다. 사랑합니다 고객니-ㅁ!


  생판 모르는 남들이 라이킷을 눌러줬다. 이게 뭔가? 나도 드디어 그 SNS 지옥에 들어온 건가? 좋아요를 영혼 없이 눌러주며 서로 주고받는 품앗이를 해야 한다더니? 그럴 법도 할 만한 것이, 시스템은 친절하게도 라이킷이 열 명이 되었다고 알려주고 구독자가 열 명이 되었다고 알려온다. 오, 이거 묘하네, 더 빨리 달리라고 주마가편을 하냐, 생각에 숨이 가빠진다. 라이킷을 눌러준 분들의 브런치를 찾아가 글 하나를 일단 읽고 내 스타일인 글에 댓글을 달아드렸다. 댓글이란 일종의 품앗이요, 합평이다. 합평에는 단련이 되어 있으니 받는 만큼 돌려주리라.


  목사님과의 통화로 화제를 돌린다. 목사님의 일성은 브런치 작가님 축하합니다였다. 목사님에게 열하일기는 정조 시대에 청나라에 간 연암 박지원이었다. 책을 별로 즐기지 않는 목사님까지 기억하시는 걸 보면 연암은 분명 유명인이다. ‘나를 많이 닮았어. 농담끼도 있고. 그래서 내가 알지. 나 닮은 부분이 많은데, 성만 같더라도 내가 그 피를 좀 받았겠다 했을 텐데 성이 다르다.’고 자금성과 이화원을 직접 본, 연암을 닮은 목사님이 연암을 따라가는 나의 여정에 가장 든든한 응원을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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