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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의 Apr 12. 2024

6. 중국의 핫플(레이스)는 무엇이냐

-중국의 장관(壯觀)

   핫플레이스(hot place)는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인기 있는 곳이다. 음식이 맛있는 매장,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우수한 매장, 풍경이 아름다운 장소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에게는 인사치레로라도 뭘 봤냐고 물어줘야 한다. 특히 당신이 본 가장 멋진 핫플레이스(장관)은 어디냐고 반드시 물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먹방 찍기 좋은 음식점을 핫스팟으로 들고, 명품 마니아는 사람을 홀리는 브랜드가 즐비한 곳을 선호할 것이다. 카페족은 근사한 카페를, 기독교인은 성지순례를 소중하게 간직한다. 나의 핫플은 박물관과 기념관, 문학관과 미술관이다.    

  

  연암이 핫플레이스를 화제에 올린다. 조선 사람들도 북경에 다녀온 사람더러 북경의 제일 장관(壯觀)이 무엇이냐, 차례대로 꼽아 말하라고 요청하곤 했나 보다. 그러면 사람들이 요동 벌판, 구요동 백탑, 연도의 시장과 점포, 계문연수 혹은 노구교, 산해관, 각산사, 방해정, 조가패루, 유리창, 통주의 선박들, 금주위의 목축, 서산의 누대, 천주당 네 곳, 호권, 상방, 남해자, 동악묘, 북진묘 등을 꼽았던 모양이다. 내가 이 긴 목록을 다 주워섬기는 것은 연암이 이미 지나온 곳이거나 앞으로 방문할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볼만한 것이 없다고 할 사람을 연암은 일등 선비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으뜸 의리를 입에 올려 되려 묻는이를 숙연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황제와 만 백성이 변발을 했으니 사람이 생겨난 이래로 아직 변발을 한 천자는 없었다~한번 머리를 깎으면 되놈이고되놈이면 개돼지이니짐승에게서 무슨 볼 게 있으리이등 선비라면 명나라가 망하여 산천은 노린내가 나고 야만인의 말씨가 되었다~십만 대군을 얻어 중원을 말끔히 씻어낸 뒤라야 장관을 말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춘추를 읽어 진심으로 오랑캐를 물리칠 생각으로, 어리석은 습속부터 바꾸어 대적의 무력을 물리친 다음에야 할 법한 말을 한다.      


  연암은 삼등 선비를 자처하여 말한다. 중국의 정말 장관은 깨진 기와 조각과 냄새나는 똥거름에 있다고. 깨진 기와 조각은 버리는 물건이지만 민간에서는 담에 무늬를 새기는 데 쓰고유리 기와 조각과 조약돌로는 대문 앞뜰에 깔아 보행로를 만든다똥 오줌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물건이지만 밭의 거름으로는 금싸라기다오쟁이(바구니)를 지고 말똥을 줍느라 말을 따라 다니기도 한다그 모은 똥을 거름 창고에 쌓는 맵시만 봐도 문물제도의 어떠함을 짐작할 수 있다기와 조각과 조약돌똥거름이 장관이다성곽과 연못궁실과 누각점포와 사찰목축과 벌판수림의 풍광만이 장관이 아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맞다 맞다 정말 맞다. 둘레길과 올레길, 볼링장과 골프장 등등, 넉넉한 이들이나 놀 법한 시설만 지으며 나 생각코 해준다는 공치사는 싫다. 뭔가를 배우고 준비하지 않아도 착한 마음과 손만 가지고 할 수 있고 그런 일을 하여 차비 정도 챙길 수 있으면 좋겠다. 쓸모없는 물건도 적절하게 사용하여 21세기에도 조금도 모자람 없이 앞장서나가는 청나라의 환경 정책 사례를 들으니, 당시 조선의 모습이 더욱 더 비교가 되면서 속이 상하고 아쉬우며 안타깝다.     


  세상이 변했으니, 지금의 중국이 연암 시대의 청나라처럼 융성하고 효율적인지는 모르겠다. 중국 사람들이 위생 관념이 없느니, 더러워서 가까이하지 못하겠다느니 나쁜 소문은 얼마든지 바람결에 듣는다.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부르며 무시하고 외면했던 조선 사람의 후손답게 나는 중국의 좋은 점과 나은 점을 하나도 들어본 적이 없다. 가진 것은 쥐뿔도 없이 국뽕이 충만한 일등 선비와 이등 선비들이 수두룩한 시대에 조심스레 쓴소리를 속삭여줄 삼등 선비가 간절하게 기다려진다. 연암이여, 와서 21세기의 청나라에서 본받을 일을 발견하여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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