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6 폭풍 전야

-명옥헌 원림에서

by 정영의

온통 초록이 세상에

분홍빛 꽃 한떨기 피워

쏘아올리는 건 꽃무릇의 마음


애미 애비도 몰라보고

철없이 추상화만

줄창 그리는 건 배롱나무의 마음


분총빛 배롱꽃잎이 깔린 연못에

그래도 분홍빛깔이 모자란다고

잔뜩 보태는 건 연꽃의 마음


가을을 부르는 바람결에

애달피 귓전을 울리는 소리를

살짝 얹는 건 쓰르라미의 마음


명옥헌의 넉넉한 품에서

숨 가쁜 시간을 고즈녁하게

고르고 돌리는 건 나의 마음


제 맘대로 제 몸짓으로

제 멋대로 꽃 피고 지며

가을을 맞는 건 모두의 마음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1화2-5 비가 쏟아지는 창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