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초록이 세상에
분홍빛 꽃 한떨기 피워
쏘아올리는 건 꽃무릇의 마음
애미 애비도 몰라보고
철없이 추상화만
줄창 그리는 건 배롱나무의 마음
분총빛 배롱꽃잎이 깔린 연못에
그래도 분홍빛깔이 모자란다고
잔뜩 보태는 건 연꽃의 마음
가을을 부르는 바람결에
애달피 귓전을 울리는 소리를
살짝 얹는 건 쓰르라미의 마음
명옥헌의 넉넉한 품에서
숨 가쁜 시간을 고즈녁하게
고르고 돌리는 건 나의 마음
제 맘대로 제 몸짓으로
제 멋대로 꽃 피고 지며
가을을 맞는 건 모두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