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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행림

-징성 황룡강변에서

by 정영의

행림의 나무에는 번호가 있고

나는 5번 나무 앞 의자에 앉아


눈앞의 뻘겋고 퍼런 수국들

둑 위를 달리는 검은 실루엣을


기록하여 붙여 놓으려네

빨간 의자와 파란 의자에


눈비에 젖고 햇살에 바랜

내 시의 남루한 흔적을 덮어


누군가 자기의 시를 쓰겠지

사람 위에 또 사람을 얹으며


누가 마련해 놨을까, 이 의자를

오늘 내가 앉고 내일 네가 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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