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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seniya Oct 31. 2020

너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10월의 끝자락에서

긴 기다림 끝에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다가온 너의 첫 키스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사라진 너.

얼마 동안 기다려 달라는 언질을 주기는 하였지만, 뜬금없는 그 원망스러운 기다림 속에서 나의 원망은 죄 없는 그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보다도 하나의 띠를 건너뛸 정도로 싱그러운 젊음을 가진 그녀를 뒤로 하고, 시들어져 가는 꽃처럼 나이 들어가는 나에게 돌아오려 하는 너에게마저도 측은한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여자가 아닌 사람이라는 도리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서서히 스며들던 너에 대한 나의 감정들이 어느 날 문득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그 감정들이 딱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나를 보기 시작한 너의 그 가슴 떨리는 감정들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나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너 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그 설렘이 시작된 날들을...


언제부터였을까?

너의 가슴 안에 내가 들어오기 시작했던 순간들이...

서로에게 감정을 내어주는 대상이 옆에 니가 아닌, 또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을 때, 너는 나를 바라보았고,  네가 서서히 나의 가슴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 서로의 감정이 커질 줄 모르고 외면하려 애쓰는 그 시간은 서로의 감정을 줄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자신의 연인을 옆에 두고도 눈길은 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던 너....

너의 옆에 앉아 있는 너의 연인의 존재가 보여도 너의 그 눈길이 싫지 않았던 나에게 서서히 너의 감정들이 내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왜 진작 그 감정들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아련한 확실하지 않은 그런 감정이 아닌 말로써 확인해주는 그런 과정을 왜 그때는 하지 못했을까?

이미 나에게는 부인할 수 없는 연인이라는 존재가 내 옆을 차지하고 있을 때, 나에 대한 감정이 시작된 너의 감정들이 아마도 벽을 치고 막고 있었을 테고, 나 또한 나의 연인을 두고 너에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일 테지만..

무늬만 나의 연인이었던 그의 존재로 인해 나는 너에게 다가가지 못했었다.

더러운 인연을 끊지 못하고 새로이 다가온 인연을 마주하지 못했던 나는 너에게 자신이 없었다.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것과는 다르게 너에 대한 감정은 숨길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왔으며, 나는 죄책감을 동반한 설렘으로 외면할 수 없었던 감정들이다.


텅 빈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던 그 젊음이 흩날리던 모습은 아직도 나의 가슴에 각인되어 있는 너의 청춘이다.

그 청춘이 부러워 한 없이 너의 흩날리던 체크무늬 옷자락을 바라보고 있던 나의 마음마저도 알 수 없는 감정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너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청춘이 무르익고 있는 너와 달리 청춘의 끝자락에 시들어가는 나의 청춘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너의 청춘은 지나가버린 나의 청춘보다도 멋져 보였다.


어제의 그리움을 가슴에 담은 채 오늘의 책임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가엾은 너와 나

기다려달라는 말과 달리 그 기다림의 배신으로 말없이 사라진 나를 찾아 헤매던 가엾은 너의 청춘..

수많은 날들이 흐르는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았던 나에게 한 번이라도 소식이 들릴까 봐 긴 시간 나의 머릿속에 잊히지 않던 같은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았던 너의 기다림...

기다린다고 달라질 것 없는 가엾은 인생들이었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소식에 하염없이 흘러내렸던 너의 술잔..

인생은 안타까움 투성이다..


시간이 바뀌어 그날의 너와 내가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너에게 달려갈 것이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너와 나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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