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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seniya Jul 30. 2020

나를 나답게 해 주는 것

나의 아침 일상을 바꿔 놓은 글쓰기

어느 날  문득 글이 써졌다. 그렇게 글이 쓰고 싶을 때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더니 갑자기 무심코 그렇게 글이 써졌다.

담담하게 지나간 일들이 생각나는 대로 글이 써졌다. 그리고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작가 신청하기를 눌렀다.

브런치라는 앱을 깔고 나서 6개월 만의 일이었다.

막연하게 나도 글을 쓰고 싶었지만 너무나 많은 작가들의 화려한 글 솜씨는 나를 초라하고  주눅 들게 만들었고 나 정도의 필력을 가지고 작가에 도전하는 거는 무모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바로 합격이 되었다. 아!! 나의 글이 객관적으로 정을 받은 거구나. 그래도 읽을 수 있는 글이니 합격을 시켰겠지. 글을 쓸 핑계가 생긴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이른 아침이면 눈이 떠지고 동네를 걷기 시작했다. 세월의 흔적이 심하게 여기저기 다닥다닥  붙어 있는 우악스러운 내 살들은 젊은 날의 나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낯선 이방인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살들도 적응이 됐는지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은 매번 실패로 돌아가고 또 실망하고를 반복하는 습관만 생기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이후 조용하고 인적 드문 동네를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맡으며 동네 끝까지 돌고 나면 나의 30분은 끝이 난다. 길을 걸으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보고 좋은 글들이 떠오르면 나는 전화기에 메모를 한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들과 메모를 정리하면 그것들은  나의 좋은 글감이 되어준다.  

살면서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다. 특히 무언가에 규칙적인 습관을 붙이고 살기에는 체념 , 삶의 고단함 등  많은 복합적인 것들이  번번이 방해를 하였고 시간이 갈수록  내가 생각하는 나와는 반대로 나를  변화시키고 전혀 나답지 않은  낯선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체의 변화는 곧 정신적인 변화에도 많은 향을 끼쳤고  그것은 정신의 파괴로 이어져 악순환을 반복했다. 누가 봐도 세월의 고단함을 직감할 수 있는 거울 속의 나를 쳐다보는 순간 전혀  낯선 이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은 초라함을 넘어선 슬픔이었다.

그냥  이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체념한 채 살아가야 하나? 나다운 나를 찾기엔 너무 늙었나?

마지막 발악을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어차피 늙는 거 추하게는 늙지 말자. 늙어가는 거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되도록이면 나답게 늙어보자.

하루 이틀 열흘이 지난 지금도 나는 습관적으로 일어나면 동네를 걷는다. 걷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예전의 나의  모습에 한 발자국 조금씩 다가가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왠지 이 작은 습관이 예전의 나다운 모습으로 변화시켜줄 것 같은 기대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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