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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seniya Jul 25. 2020

어차피 가는 길 고행처럼 가지 말고 여행처럼 가보자

4.  텍사스 역사의 산 증인 샌 안토니오를 가다

여행의 일정이 그러하듯이 낮에는 볼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느라 다른 목적지를 위해 우리가 묵어야 할 도시는 밤이 늦어서야 도착을 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아침부터 바쁘게 화이트 샌드와 칼스배드 동굴을 왔다 갔다 하느라  서둘러 엘파소로 다시 가야 했다. 여행에 불편한 트레일러를 분리시켜놓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다시 트레일러를 연결시키고 출발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다시 오던 길을 돌아 엘파소에 도착할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이미 다음 목적지인 샌 안토니오까지 가는 데는 힘들 것 같다. 워낙 큰 땅덩어리라 같은 텍사스 주라도 엘파소에서 샌안토니오까지는 거의 9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달려도 오늘 안에는 도저히 도착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하는 수 없이 묵었던  모텔에서 하루   연장을 하고 쉬어가기로 했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묵어가는 모텔은  ihg계열의 모텔로 호텔과 모텔의 중간 개념인 candlewood suit 체인인데 항상 우리가 여행을 할 때  카드 회원들에게  좋은 가격으로  이용을 할 수가 있어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는 카드 체인 중의 하나다.

널찍한 룸에 취사가 가능한 기본적인 부엌 도구들이 구비되어 있어 한 끼 정도는 편안하게 밥을 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 예약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숙박 일수가 늘어나면 포인트가 쌓여 무료숙박권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장기여행을 계획할 때는 엄청 절약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식을 좋아하는 가족들을 위한  저녁식사로 힘들었던 하루의 피곤을 덜고 티브이를 보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그저께 내린 비바람으로 트레일러 안의 살림살이를 막아놓았던 천막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아끼던 살림살이가 하나둘씩 줄어갔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칠 거를 대비해 다시 재정비를 단단히 하고 다음 도시를 향하여 출발을 했다. 엘패소를  지나고 도시라고도 할 것 없는 여러 작은 도시를 거치는 동안  사방의 기운은 이미 서부에서 남부로 서서히 들어서는 분위기다.  사막 한가운데의 황색바람 풀풀 날리던 서부의 기운은 점점 옅어지고 끈적끈적한 남부의 기운이 서서히 깃들기 시작했다.


알라모 전투의 현장을 가다.

미국에서 알래스카 다음으로 큰 주인 텍사스는 어마어마한 땅 크기를 자랑한다. 본토 대륙이 아닌 알래스카를 빼면 실로 명실공히 미국 본토 대륙으로는 가장 큰 땅을 자랑하는 텍사스가 원래는 멕시코 땅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멕시코에서 그래도 5년을 살다온  미운 정이라도  알게 모르게 들었는지 멕시코편에  서서 살짝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  어마어마한 석유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이 부유하고  가도 가도 끝없는 거대하게   땅을 어떻게..... 

행을 하면서 아무리 바쁘고 돈이 드는 정이라도 역사적인 현장이 의미 있는 곳은 항상 정에 어넣는 편이라 이번에도 우연찮게 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가 운 좋게 우리가 가는 길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제 그 역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따라가 볼 시간이다.

침 모텔에서 든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알라모 요새를 비롯해 역사적인 건물들이 모여있는  샌 안토니오의 중심 부로 이동을 했다. 알라모 요새 앞에는 문도 열기 전인 이른 시간부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곳에어진 알라모 전투는 800명 가량되는 소수의 텍사스 군부대가 비교도 안 되는 대규모의 멕시코 군대에 맞서 대항하다 이 요새 안에서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했다. 이 전투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미국 멕시코 간의 전쟁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되어 결국 멕시코를 상대로 텍사스 공화국이 승리를 이룬 전투이다. 이 전투가 결국은 미국에게는 코 한 번 안 풀고 지금의 텍사스라는 거대한 땅을 갖게 되었고 반대로 멕시코는 국토의 반을 잃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소수가 다수에 대항하여 얻어낸 결과는 두 나라 간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것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가 그렇듯이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인 인디언을 몰아내고 스페인 점령군이 들어와 살다가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하자 남아있던 스페인 사람들이 독립을 하여 텍사스공화국을  만들고 멕시코와  싸워서 승리를 한 후 미국에 합병된  역사의 소용돌이 속의 치열한 현장인 것이다. 복합적인 문화들이 도시 각처에 스며들어 있었다.

역사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운의 흐름 앞에는 당해낼 제간이 없나 보다. 그저 운에 맡기는 수밖에......

라모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역사적인 건물들을 둘러보고 나니 아이들은 더위에 절어 온 얼굴에 오만상이 다 그러져있다. 목도 축이고 시장기도 해결할 겸  알라모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는 리버워크로 내려갔다.

시원한 샌 안토니오  강바람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청계천의 모티브가 된 샌 안토니오의 리버워크

안토니오 강을 중간에 두고 양쪽 옆으로는 레스토랑이나 온갖 먹거리 거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거의 모든 운하도시가 그렇듯이 참 평화스럽고 운치가 있었다.

일단 시장기를 해결하기 위해 식사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려보지만 그 수많은 식당에서 한 곳을 정하기란 싶지가 않았다.

텍사스에는 무엇이 유명한가 알아보니 텍사스식 바비큐가 유명하다고 해서 조금은 널찍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내 입맛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정도였지만 여행 내내 우울했던 아들의 얼굴에 비로소 평안함이 찾아오기 시작한 시점이 여기가 아닌가 싶다.  아들은 분이지만 많은 양의 접시를 비우고 나서 입맛을 다시며 나의 눈치를 본다. 더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남편은 재빨리 눈치를 채고 얼마든지 더 시키라고 얘기를 했지만 아들은 엄마의 눈을 쳐다보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길 떠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거였지만 항상 머릿속으로는 버짓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조금 더 먹는다고  없는 살림이 더 없어지겠냐 싶어 아들에게 흔쾌히 더 시켜도 된다고 안심을 시킨다.... 아이의 마음이 먹는 거 앞에서는 조금은 누구러져 보여 그나마 안심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막둥이 아들이 물 위를 지나가는 배를 한 번 타보고 싶다고 하여 딸과 셋이서 배를 타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는 이 운하 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중간중간 내리는 곳이 있는 곳에서 사람을 태우고 한 바퀴를 돌고 사람들을 내려줬다. 배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니 강 위로 난 도로 위에서 군데군데 나뉘어 있는 입구를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다 싶었는데 역시 찾아보니 이 도시의 리버워크가  우리나라 청계천의 모델 중의 한 도시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남편과 큰아들이 있는 곳으로 합류하여 다음 여정을  위하여 시원한 강바람을 뒤로하고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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