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오르는 아이의 비밀

불안 세대의 자녀교육

by 김연수


불안 세대, 그건 아이가 아니라 부모다.

지금은 7세 고시를 넘어 4세 고시가 운운 된다.

아이는 네 살인데, 부모의 마음은 이미 수험생이랄까?


사실 부모의 불안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내가 첫 아이를 낳았던 20여 년 전에도 비슷했다.

다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빠르고, 더 강박적이고, 더 촘촘해졌을 뿐이다.

'더 해줘야 한다'는 압박만 진화하고 있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오전엔 대학 강사로, 오후엔 대치동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며 나는 똑같은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를 목격했다. 야무지게 잘 배워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숙제도 안 해오고 장난치며 다른 아이 수업까지 방해하는 아이도 있었다. '학원에 전기세 내주는 아이'라는 말의 의미를 그때 알았다.


그때 깨달았다. 사교육을 한다/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내적동기'와 '태도'로 얼마나 잘 배워내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학교 시간의 진짜 의미

나는 교육자로서 나름의 철학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자식을 키울 때는 여전히 불안했고,

옆집 아이가 기준이 될 때가 많았다.


나는 그 이유를 '엄마라서. 엄마니까'라고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뿐.

그 마음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의 사교육 전략은 공매세력 남편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대학부설 영재원 최종합격 후 서약서 제출을 포기했고,

사고력 수학학원은 한 달 만에 그만뒀다.


그럼 손 놓고 가만히 뒀을까? 절대 아니다.



"남편과 내가 한마음이 된 부분이 하나 있었다.

"학교 생활부터 잘하고 오는 것."


아이가 학교에 있는 다섯 시간. 아이의 하루 24시간 중에 가장 중요한 핵심 공부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은 그걸 '제로 베이스'로 여긴다. 아이가 공부할 때 내가 그걸 본 게 아니고.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하는 시간이니까. 그 시간을 당연히 여긴다.


아이는 이미 하루를 열심히 살고 왔는데, 엄마는 저녁이 되면 다시 '학원 숙제 감독'과 '엄마 숙제 문제집'으로 본격 공부를 시킨다.


교단에서 수업을 해 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수업을 듣는 건 절대로 수동적인 시간이 아니다.


수업 시간은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하고, 궁금한 건 손 들고 질문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아이도 사회적인 동물이다. 선생님의 기대,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쟤 공부 잘해" "발표도 잘해" "태도가 좋아" 이런 인정이 쌓이면, 아이는 그 지지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게 아이의 진짜 아이의 공부 원동력이 된다.


좋은 태도를 가진 아이의 기준 - 선생님 눈이 자꾸 가는 아이. "우리 지난주 어디까지 했지?" 물어보게 되는 아이. 내 아이가 딱 그런 아이면 된다.


우리 아이의 하루는 이미 풀타임 직장이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놓치는 게 있다. 아이의 에너지도 한정되어 있다는 것.


우리 아이의 하루는 이미 풀타임 직장 - 학교 5시간 집중 후, 학원과 숙제까지 마치면 남은 에너지는 단 5%


이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는 오전 7시부터 학교에서 5시간을 집중했다. 하교 후에는 학원, 그리고 또 학원 숙제. 저녁을 먹고 나면 엄마는 "학원 숙제 했어?" "열심히 했어?"를 묻고, 다시 '엄마표 문제집'이 기다린다. 엄마는 '학'부모 -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학업 관련이다.


그리고 저녁 10시. 아이에게 남은 에너지는 고작 5%.


저녁에 아이가 피곤해 보인다면, 집중하지 못하고 하기 싫어한다면.

그건 아이를 탓할 일이 아니다.

에너지의 문제다.


추가적인 학습을 더 밀어 넣기보다는,

다음 날 학교 수업 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태도와 환경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수업 시간 복리의 법칙

하루 5시간의 수업이 일주일이면 25시간이 된다. 최선을 다해서 수업 참여하는 태도만 꾸준히 쌓여도 아이는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다.


초등 때는 그 차이를 크게 못 느낄 수 있다. 학교 시간이 짧고, 배우는 내용도 어렵지 않으니까. 하지만 중고등학생이 되면 달라진다.


학교 시간은 절대적으로 길어지고, 과목은 늘어나고, 내용은 어려워진다. 수행평가에 내신. 진로탐색부터 동아리 활동..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하교하면 늦은 오후. 학원 한 두 개 다니면 밤 10시다. 취침 전 자기 주도 시간은 기껏해야 3시간.


한정된 시간에 이 모든 걸 다 해내는 첫 번째 비결은 결국 수업 시간 잘 활용하기로 돌아간다.


선생님 말씀 경청하고, 교과서 이해하고, "여기 시험 나온다" 힌트에 별표 치고,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 메타인지 갖고, 쉬는 시간에 질문하는 열정.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초등 때부터 수업 시간을 무조건 사수하는 태도다.


그 태도를 길러주기 위해서 우리 부부가 실천했던 첫 번째 핵심 습관은 바로

"9시 취침"이다.


잘 자야 학교에서 집중할 수 있으니까. 집중해야 선생님 말씀이 귀에 들어오고, 친구들과 씩씩하게 어울리며 사회성도 배우고, 스스로 "나 오늘 잘했어"라는 자신감도 생긴다.


결국 아이의 태도와 집중은 에너지의 문제다.

하루 종일 공부했는데 저녁에도 또 숙제. 숙제 확인만 했던 건 아닐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 날 학교에서 집중할 수 있도록 오늘 밤부터 잘 챙겨주어야 한다.

9시 취침은 단순한 수면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투자의 시간'이다.



단계별 로드맵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유아~초등 저학년:

학교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 기르기

약간의 (예체능) 사교육과 공부

9시 취침 + 잠들기 전 독서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초등 고학년 이후:

학교 생활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자리 잡히면

저녁 공부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중요한 건 '억지로'가 아니라 '내적 동기'로

스스로 "오늘 이것만 더 하고 자야지" 하는 아이로


이게 나의 핵심 메시지다.

초등 저학년 때 기본기를 다지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저녁 공부 시간까지 내적동기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란다. 억지로 밀어 넣는 게 아니라, 스스로 굴러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의 투자 교훈 :
9시 취침이라는 우리 아이 '평생 자산'에 매일 투자하자.
20년 뒤, 그 복리는 당신의 상상을 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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