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셨어요 vs How are you

말 한마디에 담긴 두 세계

by Susie 방글이





"식사하셨어요?"


한국에서 이 인사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배고프냐는 물음 너머, 살아 있냐, 건강하냐, 오늘 괜찮냐를 한꺼번에 묻는 다용도 표현이다. 우리는 엄마, 친구, 이웃, 그리고 직장동료들한테서 수없이 들은 말이다. 드라마에서도 자주 듣는 인사- "식사하셨어요?" 남편 퇴근길에 “밥은?” 한마디로 인사를 대신했다.


한국에서 밥은 곧 마음이다. 밥 같이 먹자는 건 당신을 내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뜻이고, 밥을 사주겠다는 건 마음을 여는 신호다. 싸운 친구와 "밥이나 먹자" 하면 어색함이 풀리고, 새로 만난 이와 "조만간 밥 한번 해요" 하면 거리감이 훅 줄어든다. 물론 그 '조만간'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뜻밖의 바이올린 연주가 우리 저녁 식사를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아무도 내 밥 사정엔 관심이 없다. 대신 누구를 만나든 "How are you?"라고 묻는다. 처음에는 감동할 수도 있다. '어머, 이 사람들은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많구나!' 싶은데, 곧 깨달는다. 그들은 대답을 듣지 않는다는 걸.


한 번은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 상태로 복도에 서 있었다. 동료가 지나가며 "How are you?"라고 물었고, 나는 솔직히 "I am so nervous now" (나 긴장돼 미치겠어.")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Good!" 하며 멀어져 갔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도 않고 그냥 내뱉은 말이었다. 그 순간, 이 인사가 진짜 안부를 묻는 게 아님을 또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또 딸 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미국에 처음 온 날, 학교 복도에서 친구들이 "Hey! How are you?" 하며 지나갔다. 이 친구는 '어? 나 지금 어떻지… 배고프고, 긴장도 되고… 이걸 영어로 뭐라고 하지?' 하며 머릿속으로 답을 정리하려 했지만, 이미 그 사람은 저만치 가 있었다. 어이없어서 집에 와서 그 이야기를 하며, 문화 차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한다.


미국의 "How are you?"는 질문이 아니라 그냥 스쳐가는 인사였다.


알고 보면 "How are you?"는 사회적 매너다.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사회, 서로 잘 모르는 이들이 뒤섞인 공간에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해코지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지나치게 가까워지지도, 너무 냉랭하지도 않게. 반면 한국의 "밥 먹었어요?"는 농경 사회의 유산을 품고 있다. 한 식구, 한 마을이 밥을 지어먹던 시절, 밥상은 생존이자 연대였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내 편, 내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 오랜 기억이 지금도 "밥 먹었어요?"에 살아 있다.


한국에서 밥상은 인생의 메인 콘텐츠였다. 회식, 제사, 명절, 친구와의 수다까지, 전부 밥과 함께였다. 밥을 먹으며 마음이 풀리고, 관계가 깊어졌다. 그래서 밥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온도와 거리를 재는 단위였다. 심지어 처음 만난 어른께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라며 인사하는 건, '나는 당신의 안부를 챙기는 사람입니다'라는 정중한 마음이자 거리 좁히기다. 상대가 뭘 먹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밥을 물으며 마음을 묻는 거니까.


이걸 미국식으로 치환하면 어색하다. "Hi, have you eaten anything today?"하고 인사하면 상대는 "어, 왜? 밥 사주려나?" 하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한국의 밥 인사는 속 깊은 정을 담지만, 미국의 인사는 가벼운 거리 조절이다.


또 하나, 우리가 잘하는 인사말은 "수고하세요"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거나, 회사에서 먼저 퇴근을 하고 나올 때나,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면서 "수고하세요." 이 한마디면 묘하게 정이 오간다. 상대의 노고를 알아보고, ‘나는 네 고생을 본다’는 신호를 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영어로 하려니 딱 맞는 표현이 없다. 미국에선 "Have a good one!"이나 "Take care!"로 끝나거나, 아예 말없이 지나친다. "Good job!"은 누가 일을 잘 해냈을 때 쓰는 말이지, 일상 속 노고를 알아주는 인사는 아니다.

활기찬 삶의 현장- 수고하세요!
기분 좋은 "어서 오세요!"

이 차이도 공동체 문화와 개인주의 문화의 간극이다. 한국은 상대의 수고를 보고, '너를 인정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익숙하다. 반면 미국은 '일은 각자의 몫'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서 미국 마트에서 물건 나르는 직원이나 카페 알바에게 "수고하세요"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영어로는 뭐라 해야 할지 몰라 "Thanks, take care"로 얼버무리며 나온 적이 많다.

Thank you. Have a good one!

결국, 인사에는 문화가 있다. 한국은 밥으로 안부를 묻고, 수고로 정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본다. 미국은 인사로 거리를 조절하고, 안부를 묻되 대답은 기대하지 않는다. 같은 말 한마디지만, 그 속엔 서로 다른 역사와 마음이 담겨 있다. 한국의 "식사하셨어요?"와 "수고하세요"는 사람 사이의 온기를 확인하는 다리이고, 미국의 "How are you?"는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가벼운 악수다.

"식사하셨어요?"를 부르는 풍경

그러니 누군가 "밥 먹었어요?"라고 물으면, 안 먹었어도 "네!"하고 웃으면 된다. 그건 배를 채우는 밥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밥이니까. 그리고 "How are you?"를 들으면 "Good, thanks!"로 가볍게 답하면 된다. 내가 어떤지 생각할 필요도 없고, 설명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건 질문이 아니라,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는 인사니까.


말 한마디로 두 문화의 거리감과 마음이 오간다.

테이블 위 문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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