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상에는 사진이 없다
테이블 위에 예쁘게 플레이팅 된 음식이 놓였다. 곱게 그려진 소스 선, 접시 위에 살포시 얹힌 허브 잎 하나까지. 눈으로 먼저 먹는 순간이다.
배고프던 남편이 숟가락을 들며 신나게 외친다.
"와, 맛있겠다!"
그 순간, 나와 딸이 동시에 소리친다.
"잠깐만, 사진 먼저 찍자!"
남편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우리는 각자 핸드폰을 꺼내 구도를 잡는다.
“엄마, 파스타 접시 좀 돌려봐. 소스 흘러내린 거 잘 나와야 해” 하고,
“여보, 손 치워. 손 보이잖아” 하며 바쁘다.
남편은 한숨을 푹 쉬며 투덜댄다.
"아, 배고파 죽겠네…"
예전엔 왜 사진을 안 찍었을까?
엄마가 차려준 밥상 앞에선 누구도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맛있게 먹느라 정신없었고, 그땐 핸드폰도 없었다. 카메라라고 해봐야 필름 넣고 찍던 시절. “잠깐, 된장찌개 찍자!” 했다간 엄마에게 한 소리 들었을 거다.
"카메라는 가족사진 찍으라고 있는 거지, 밥상 찍으라고 있냐?"
그땐 찌개나 김치나 다 비슷했다. 소스 아트도, 데코용 허브도 없었다. 굳이 찍을 이유가 없었다.
요즘은 왜 이렇게 사진을 찍을까?
핸드폰 때문이다. 늘 손에 쥐고 있으니 예쁜 건 저절로 찍게 된다. 음식도 달라졌다. 접시 위에 작은 미술관이 펼쳐진다. 안 찍고는 못 배긴다. 게다가 먹는 건 이제 공유다. 사진을 올리고, 나만의 맛집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며, 혼자 먹는 날에도 “나 이거 먹었어” 하고 기록한다. 그게 또 재미다.
사진을 넘기며 우리는 말한다.
"아, 그거 진짜 맛있었지.”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엄마 밥상 사진은 한 장도 없는데, 그 기억은 더 선명하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소박한 반찬과 직접 담근 김치, 그리고 "빨리 먹어, 식는다"는 엄마의 잔소리. 사진 없이도 또렷하다.
나이 들수록 엄마 음식이 그리워진다. 어느 날, 식당에서 먹던 국 한 숟갈에 그때 그 맛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도, 레시피도 없지만, 혀끝에 남은 기억이 그 시절을 불러낸다.
오늘도 우리는 외친다.
"잠깐만, 사진 먼저!"
언젠가 이 사진도, 사진 없는 순간도 웃으며 떠올릴 날이 올 것이다.
또 한 장의 사진을 남긴다.
지금 이 순간, 오늘의 우리를.
그리고 언젠가, 여행 끝에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먹으러 갈 것이다.
그리운 맛을 안고,
음식은 기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