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달 비용' 관점에서 광고 바라 보기
광고 운영을 위해 ‘도달’이라는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하나의 광고가 고객에게 ‘특정 시간 이상’ 보였을 때 우리는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가정’ 한다. 여기서 굳이 ‘가정’이라는 말을 쓴 것은 TV에서 광고가 나올 때 폰을 만지작거리며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겨 본다 할 지라도 일단은 TV를 본 것으로 가정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프리롤 되는 광고가 나올 때 잠깐 멍 때리며 코를 후비는 사람이 있다 할 지라도 일단은 광고를 본 것으로 역시 ‘가정’ 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일단 이렇게 광고가 돌아가는 동안 고객이 채널을 돌리지 않았거나 유튜브를 꺼버리지 않았다면 적어도 광고를 봤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고객이 ‘특정 시간 이상’ 광고를 시청 해 메시지가 전달된 상태가 바로 ‘도달’이다.
TV광고의 경우, 광고를 15초 이상 시청했을 때 통상 도달 1회로 카운트한다. 광고 한편에서 도달한 횟수가 얼마인지는 광고 효과 측정의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한다. 바로 이런 도달 횟수를 모두 합치면 총 도달수가 된다. 그 총 도달수를 총광고비로 나누면 1회 도달 도달 비용(단위 도달 비용)이 나오게 된다. 아주 심플하게 말하자면 1회 도달하는데 얼마의 광고비가 들었는지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TV광고에서는 1회 대신, 1% 시청률에 도달하는데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지를 지표로 사용한다. 흔히 CPRP*라고 부르는 지표다.
*CPRP: Cost Per Rating Point. 광고를 타깃 고객군 1%에 도달시키는 비용.
유튜브도 동일한 방식으로 도달 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고객에게 도달된 수치를 모두 합한 값을 총광고비로 나누면 1회 도달 비용이 된다. 예를 들어 30초 이상 시청한 수를 광고비로 나누면, 1회 조회 비용인 CPV*가 된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바로 1회 도달** 비용이 광고비를 집행하는 마케터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몇 명의 사람에게 우리의 광고가 전달될 수 있는지 예측하며 광고 계획을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결과를 보며 다른 광고 대비 혹은 시장 평균 대비 얼마나 효율적인 광고 집행이 이루어졌는지 평가해 볼 수도 있다.
* CPV: Cost Per View. 유튜브 조회수 1 뷰 달성을 위해 사용한 비용.
** '도달'은 엄밀히 말해 유튜브 '조회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조회수는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시청한 중복 시청 수를 제외하지 않지만, 도달은 중복 시청을 제외해서 측정해야 한다. 즉, 1명이 10번 시청할 경우 조회수는 10이지만 도달은 1로 봐야 한다. 유튜브에서는 순시청자 Unique Viewer를 추출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도달'에 가까운 개념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마다 도달 비용이 다르다는 데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천 원 정도 쓰면 광고가 1회 도달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만원을 써도 1회 도달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경우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이런 상황은 대략 3가지 시나리오로 파악해 볼 수 있다.
첫째, 모든 광고주들이 탐내는 타깃이라면 도달 비용이 올라간다. 그러니까 가령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타깃 군이 100만 명 정도 있다고 해보자. 그들을 바라보는 광고주들의 눈에선 하트가 뿅뿅 나오며 수줍게 본인들의 광고를 보여주고 싶어 안달 날 거다.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슬롯은 한정돼 있고 많은 광고주가 경쟁한다면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어쨌든 가격은 올라간다. 더구나 유튜브 광고비는 입찰 방식이다. 따라서 광고주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연스레 입찰가는 올라가게 된다.
둘째, 광고가 재미없다면 도달 비용은 올라간다. 유튜브 광고는 전파 광고와 달리 시청자가 스킵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그러니까 광고가 맘에 안 들면 (5초 후에) 꺼버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재미있고 호기심이 가는 광고는 많은 이들이 시청하지만 그렇지 않은 핵노잼 광고는 외면을 받는다. 자꾸 외면받을수록 광고주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데, 이는 유튜브 광고의 독특함(?) 입찰 방식 때문이다. 심플하게 구조화하면 아래와 같다.
유튜브 광고 입찰 공식 => [ 입찰금액 ] * [ 브랜드 지수 ] = [ 최종 입찰 점수 ]
입찰금액과 브랜드 지수를 곱한(혹은 더한) 값인, ‘최종 입찰 점수’가 광고 노출을 결정한다. 즉, 입찰금액과 브랜드지수 둘 다 높을수록 광고가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입찰금액은 알겠는데 브랜드지수는 뭘까? 이게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인데, 이 점수는 우리 광고에 대한 고객 반응에 따라 결정된다. 쉽게 말해 우리 광고를 노출했을 때 고객이 오랜 시간 시청한다면 브랜드지수는 올라간다. 클릭을 하거나 좋아요를 누른다면 역시 올라간다.
그렇게 계속 브랜드지수가 올라가다 보면, 입찰금액이 낮아도 최종 입찰 점수가 높아질 수 있다. 다른 회사보다 광고비를 적게 쓰고도 더 큰 노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언제나 예산에 쫓기는 마케터가 보면 정신이 번쩍 들 이야기다. 우리 광고가 재미있다면 구글이 광고비를 깎아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 문제는 반대 상황이다. 우리 광고가 노잼이라 브랜드 지수가 낮아진다면? 사람들이 자꾸 우리 광고를 피하고 자꾸자꾸 스킵 버튼을 광클한다면? 당연히 입찰금액을 높여야 한다. 동일한 고객 1명에게 도달하기 위한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는 말이다.
셋째, 특정 타깃군에서 유난히 광고 회피 성향이 나타날 때 도달 비용은 올라간다. 이게 진짜 복장 터지게 만드는 요인인데, 그냥 유난히 광고를 잘 회피하는 집단이 있다. 그 이유는? 글쎄. 유난히 광고를 못 견뎌하거나 남달리 클릭 속도가 빠른 집단이 있는 것 같다. 똑같은 광고라도 바로 이 타깃에만 보였다 하면 무자비하게 스킵당해 만신창이가 돼 버린다. 철저하게 외면받는다. 어떤 경우가 그럴까? 연령기준으로 나눠 보자면 어릴수록 광고회피 성향이 강하다. 같은 광고라도 나이가 어린 고객이 적극적으로 스킵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요즘 것들(?)이 근성이 없어서’인지, 연세 지긋한 분들이 인내심이 많아서 인지 알 순 없지만 일단 통계 결과는 그렇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의 광고주가 타깃으로 하는 고객이 광고 회피 성향이 가장 강한 MZ세대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첫째와 셋째 시나리오에 모두 해당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도달 비용도 올라간다. 다시 말하자면 MZ타깃에 광고를 하려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거기에 위의 둘째 시나리오처럼 우리의 광고가 살짝 노잼이거나 아주 조금 아웃 오브 안중이라면? 결과는 뻔하다. 그들은 변심한 연인처럼 매몰차게 떠나갈 거다.
문제는 MZ세대의 유튜브 이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유튜브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마케터들은 유튜브에 더 많은 광고 집행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바로 <도달 비용>이다.
MZ세대가 유튜브를 그 어느 세대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도달하는 비용이 저렴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은 금물이다. 그들에게 도달하기 쉽다는 생각도 금물이다. 그들은 까다롭고 무엇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하나의 광고를 예쁘게 만들어 특정 타깃군에 광고를 노출해 보면 신기하게도 고령층부터 도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축구를 좋아하는 타깃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집행하면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 중 고연령 층부터 광고가 노출된다. 모든 타깃군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향성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그래서 난 관심사를 타깃으로 설정할 때는 반드시 연령 조건을 함께 설정해서 광고를 집행해 왔다. 이 내용은 전편에서 자세히 다뤘다.
* 전편 참고
디지털 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전파 매체보다 세부적인 타겟팅과 다양한 광고 유형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크나큰 장점이다. 그러나 대규모 타깃군이 필요한 브랜드 마케터에게 도달 비용의 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이에게 도달해야 하는데, 도달 비용 비싸다면? 좀 난감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달의 개념에 대해 살펴봤다. 그리고 타깃 고객에게 광고 한편 도달시키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음을 알았다. 적극적으로 광고를 스킵할 수 있는 기술의 등장과 그걸 깨알처럼 활용하는 고객의 등장은 마케터를 긴장하게 만든다. 특히나 우리가 타깃으로 하는 MZ세대의 도달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는 건 우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광고비 집행은 효율성만 따질 순 없다.
어떤 타깃군이 우리 고객인지 아는 것이 우선이고, 그들이 얼마나 비싼 고객인지 파악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물론 그렇게 파악된 비용은, 타깃에 기대할 수 있는 기대 수익과 철저하게 비교해야 한다. 만약 기대 효과가 투입되는 광고비 비용보다 높다면 과감하게 집행해야 한다. 비싼 고객이지만 투자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효율성을 위해 싼 고개만 찾다간 타깃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고객에게 광고를 집행할지도 모른다. 이는 자이언트 팽귄 팽수에게 스몰사이즈 마스크를 광고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일 수 있다.
물론 그 모든 것의 전제는 고객에게 사랑받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다. 나도 안다. 그게 말이 쉽지. 사실 소음에 가까운 광고가 주목받는 건, 아무 말 없이 본인 공부하는 모습만 유튜브에 올려 구독자 100만 명을 만드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여전히 우리 곁에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브랜드가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정판 운동화를 사기 위해 전날부터 진을 치는 고객들, 최신 아이폰을 조금 더 빨리 사기 위해 해외직구까지 하며 행복해하는 고객들이 있다. 이런 팬이 있다는 사실에 때론 기가 죽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가닥 희망을 본다. 내가 그렇게 매달리고 있는 브랜딩이라는 게 실은 뻥이 아님을 증명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낱같은 가능성을 열기 위해 우린 좀 더 치밀해 지고 좀 더 예민하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닐까.
/ 다음 편 계속 /
P.S. 마지막으로 요즘 힙쟁이들만 본다는 세상 핫한 한국관광공사의 영상 하나 걸어본다. 공기업의 험난한 의사결정과정을 뚫고 어떻게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ㄷㄷㄷ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으쓱.
https://www.youtube.com/watch?v=B_X7n0AaLq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