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운 원칙이 현실에 걸려 넘어질 때
다시 주말.
결혼 준비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지만, 몇 주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주말에 뭔가를 완성하지 못하면 죄책감이 든다. '급성 결혼 준비 증후군'이라고 내가 명명한 이 병에 한번 걸리면 괜히 시간에 쫓기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돈 계산을 하며 비교견적을 뽑게 된다. 때때로 가슴이 답답해지고 이럴 바에야 그냥 무인도에 이민 가서 살지라는 말을 수시로 뱉게 되는 예후를 나타내고 말이다.
전편을 읽은 분들은 기억하고 있겠지만, 우린 벌써 몇 주 전부터 예식장을 알아보고 있다. 우선 예약을 하고 나면 뭔가 시작 한 느낌이 나며 병환이 좀 나아질 듯한데. 예식장을 찾아가 직접 상담을 받아 보기도 했지만 정보가 많아지니 오히려 혼란스럽다.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불편하지 않은 곳
멀리서 찾아오는 데 어렵지 않고 교통이 편리한 곳
동시 예식이 없으며 예식 사이 간격이 충분한 곳
그러면서 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
우리만의 예식을 위한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한 곳
밥이 맛있어서 한 그릇 더 갖다 먹고 싶은 곳
그런 곳.
까딱까딱 펜을 돌리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떠올린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면 과연 이 땅에 남아날 장소가 있을까. 실은 첫 번째 문장부터 크나큰 짐이다. 합리적인 가격이면서 불편하지 않다니. 세상에 싸고 좋은 건 없는데 말이다.
“야, 사실 그거 다 돈 문제지. 오죽하면 이런 말도 있겠냐?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게 있다면, 혹시 돈이 모자란 건 아닌지 확인해 보라는 말 말이야.”
주머니 속의 예산을 가지고 이리저리 고민하고 있는 나를 보며 한 친구가 말했다. 세상에나. 너무 맞는 말이라 무릎을 탁 치면서 친구의 머리통도 탁! 치고 싶어 지는 말이다. 자원은 유한한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데서 불행은 시작된다. 자원을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거나. 바로 그 둘 사이의 적정선에서 타협을 해야 하는데, 욕심 많고 가난한 우리는 오늘도 여기저기 서치를 한다. 혹시나 그 둘 사이의 갭을 줄이는 마법 같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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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준비하는 나만의 축제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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