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간」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산들이 두 줄로 줄달음질치고

여울이 소리쳐 목이 잦았다.

한여름의 햇님이 구름을 타고

이 골짜기를 빠르게도 건너려 한다.


산둥아리에 송아지 뿔처럼

울뚝불뚝히 어린 바위가 솟고,

얼룩소의 보드라운 털이

산등성이에 퍼─렇게 자랐다.


삼년만에 고향에 찾아드는

산골 나그네의 발걸음이

타박타박 땅을 고눈다.

벌거숭이 두루미 다리같이……


헌신짝이 지팡이 끝에

모가지를 매달아 늘어지고,

까치가 새끼의 날발을 태우며 날 뿐,

골짝은 나그네의 마음처럼 고요하다.


(1936.여름)




2024.2.1. 만물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골짜기는 묵묵히 자리를 내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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