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옹
지난주에 발행했던 ISA 글을 보고 지인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다음 편을 내놓으라는 것(이렇게 말 안 했다). 하지만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오늘은 ISA가 도대체 얼마나 좋은 계좌길래 그렇게 만들라고 하는 건지, 왜 빨리 만들라고 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드리고자 한다.
설명에 앞서서 개인적으로 ISA에게 '나만의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이게 웬 국가 주도 경제 성장기를 연상시키는 느낌의 별명이냐고? 바로 그거다. ISA는 국가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경제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고안한 정책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구성원들인 국민들이 풍족한 삶을 살아야 국가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원활한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는다. 현금을 지원하기도 하고, 세금을 줄여주기도 하고, 물건으로 직접 지급하기도 한다. ISA는 그중에서 세금을 줄여주는 방법을 사용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은행에 돈을 맡기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는 '이자'를 받는다. 예를 들어 연이율이 5%인 예금 상품에 100만 원을 1년 동안 맡긴다고 해보자. 그러면 원금(100만 원)의 5%인 5만 원을 더해서 만기 시에 받을 수 있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우리는 받은 이자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한다. 얼마나 내야 할까? 우선 국가에 내는 '소득세' 14%와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소득세' 1.4%가 있다. 두 가지를 합쳐서 총 15.4%를 내야 한다. 받은 이자에 15.4%를 곱한 만큼을 이자소득세로 내는 것이다. 앞선 예시와 같이 5만 원의 이자를 받는다면, 5만 원의 15.4%인 7,700원을 이자소득세로 내고, 나머지 42,300원을 이자로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예금의 이자나 채권의 배당금 같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겨두면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데, 이런 '금융소득'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금융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금융소득의 범위는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아래 정보를 참고해 보자(복잡하다면 지금 당장은 넘어가도 무방하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금융소득이란 무엇이고, 금융소득세가 어떻게 징수되는지에 대해서는 대략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앞으로 이 글을 읽는 동안에는 금융소득세에 대해서 잊어버려도 좋다. ISA의 세계관에서는 15.4%의 금융소득세 같은 것은 없으니 말이다(찡긋). 그렇다. ISA에서 투자를 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금에 대해서는 금융소득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조건은 있다. 첫 번째는 비과세 한도, 두 번째는 납입한도, 마지막으로는 의무보유 기간이다.
먼저 '비과세 한도'의 경우, ISA 계좌를 통한 투자에서 수익금을 냈을 때 얼마까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ISA 계좌에서 발생한 수익금의 2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있었다. 200만 원의 수익에 대해서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설명이 과거형인 이유는, 2024년부터는 이 비과세 혜택이 무려 500만 원으로 인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수익금이 500만 원(기존 200만 원)이 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된 수익금의 9.9%를 '분리과세'한다. 예를 들어 510만 원의 수익금이 발생한 경우, 비과세 기준인 500만 원을 초과하는 10만 원의 9.9%인 9,900원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분리과세의 개념은 여기에서 더 언급하는 순간 복잡해질 수 있으니, 일단 여기까지만 이해하고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알아보도록 하자. 다만, 9.9%의 분리과세는 기존 금융소득세의 세율인 15.4%보다 적기 때문에 이 또한 ISA 통장의 혜택이라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그런데 500만 원보다 더 많은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ISA 계좌를 '서민형' ISA로 전환하는 것이다. 서민의 기준이 어떻게 되냐고? 총급여액이 (세전) 5천만 원 이하인 근로자 거나, 종합소득금액이 (세전) 3천8백만 원 이하인 사업자나 농어민이라면 서민형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국세청 홈택스 등에서 소득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ISA를 가입한 금융사에 제출하며 전환 신청하면 된다. 이렇게 했을 때 혜택이 무엇이냐고? 비과세 혜택이 '두 배'가 되는 것이다! 기존에 200만 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았을 때는 서민형으로 전환했을 때 400만 원의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는데, 2024년부터 개선되는 정책에 따르면 1,000만 원으로 비과세 한도가 상향될 예정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소득 구간에 해당한다면, 반드시 서민형 전환을 하는 것이 좋겠다.
다음으로 '납입한도'로 넘어가 보자. 위에 알아본 것처럼 너무나 많은 혜택에 있는 ISA 통장에 전재산을 모두 털어 넣고 싶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쉽게도 납입할 수 있는 한도가 있다. 계좌에 넣을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이 납입한도는 기존에는 연간 2천만 원, 총 1억 원이었다. ISA 통장에 넣은 원금이 1억 원이 되는 순간 더 납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납입한도 또한 2024년부터 확대되었는데, 연간 4천만 원, 총 2억 원으로 2배씩 증액되었다. 그렇다고 너무 기뻐서 자신이 가진 현금을 모두 털어서 넣기에는 주의할 필요는 있다. 그 이유는 다음 조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의무가입기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ISA의 모든 혜택은 ISA 계좌를 만든 시점으로부터 '3년'이상 유지했을 때 받을 수 있다. 만약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계좌를 해지한다면 ISA 통장이 제공하는 혜택은 모두 사라진다. 따라서 3년 동안 당장 필요하지 않은 여유 자금을 잘 계산하여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3년 간의 의무가입기간은 한 편으로는 혜택을 받기 어렵게 하는 제한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3년 동안 ISA 통장에 넣어둔 돈을 꺼내지 않고 잘 모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ISA에게 '나만의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고 3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지되는 것은 아니다. 해지하는 시점은 통장을 만든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한, ISA 통장은 해지한 후에 재가입이 가능하다. 따라서 ISA 통장을 가입한 지 3년이 초과된 시점이고, 비과세 혜택에 해당하는 수익금을 이미 다 채웠다면 통장을 해지하고 다시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이때는 서민형 ISA 전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점을 주의하자. 따라서 그동안 비과세 혜택을 얼마나 받았는지, 그리고 서민형 ISA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해지한 이후에 다시 서민형 ISA로 전환 가능한 소득 구간인지 등을 고려해서 해지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그럼 여기까지, ISA 통장의 혜택 중 가장 중요한 비과세와 분리과세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과세의 대상이 되는 '수익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ISA의 장점이 수익금에 대해 일정 부분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라면, 원래 수익금에는 어떤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는지 알아두는 것이 자금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알아보려고 한다. 이와 더불어 ISA의 강력한 혜택 중 하나인 '손익통산 혜택'도 함께 알아보려고 하니, 다음 편을 기대해 주시길!
하우 투(How to):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들어는 봤는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낯선 주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쾌한 가이드북.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