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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돌」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2025.2.4. 다시, 그 물결을 굽이치게 하는 작은 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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