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 교외郊外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설거릴 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942.5.13)




2023.10.19. 지난날의 여운이 남은 거리에는 발걸음이 머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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