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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저편의 겨울4 ─ 개기일식」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Mar 20. 2025

생각하고 싶었다

(아직 피투성이로)


태양보다 400배 작은 달이

태양보다 400배 지구에 가깝기 때문에

달의 원이

태양의 원과 정확하게 겹쳐지는 기적에 대하여


검은 코트 소매에 떨어진 눈송이의 정육각형,

1초

또는 더 짧게

그 결정의 형상을 지켜보는 시간에 대하여


나의 도시가

거울 저편의 도시에 겹쳐지는 시간

타오르는

붉은 테두리만 남기는 시간


거울 저편의 도시가

잠시 나의 도시를 관통하는

(뜨거운) 그림자


마주 보는 두 개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서로를 가리는 순간

완전하게 응시를 지우는 순간


얼음의 고요한 모서리


(아직 피투성이로)

짧게 응시하는 겨울

의 겉불꽃




2025.3.20. 잠시 겹쳐진 우연한 탄식이 빛을 영원히 가리진 못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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