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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저편의 겨울9―탱고 극장의 플라멩코」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정면을 보며 발을 구를 것


발목이 흔들리거나, 부러지거나

리듬이 흩어지거나, 부스러지거나


얼굴은 정면을 향할 것

두 눈은 이글거릴 것


마주 볼 수 없는 걸 똑바로 쏘아볼 것

그러니까 태양 또는 죽음,

공포 또는 슬픔


그것들을 이길 수만 있다면

심장에 바람을 넣고

미끄러질 것, 비스듬히


(흐느끼는 빵처럼

악기들이 부풀고)


그것들을 이길 수만 있다면

당신을 가질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중력을 타고 비스듬히,

더 팽팽한 사선으로 미끄러질 것




2025.3.27. 핍박으로 달아오른 가녀린 눈발은 흐느끼는 정열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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