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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烏耳島)」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내 젊은 날은 다 거기 있었네

조금씩 가라앉아 있던 목선 두 척,

이름붙일 수 없는 날들이 모두 밀려와

나를 쓸어안도록

버려두었네

그토록 오래 물었던 말들은 부표로 뜨고

시리게

물살은 빛나고

무수한 대답을 방죽으로 때려 안겨주던 파도,

너무 많은 사랑이라

읽을 수 없었네 내 안엔

너무 더운 핏줄들이었네 날들이여,

덧없이

날들이여

내 어리석은 날

캄캄한 날들은 다 거기 있었네

그곳으로 한데 흘러 춤추고 있었네




2025.4.9. 표류하던 의문들과 재회하던 그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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