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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의 살은」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어느 날 눈떠보면

물과 같았다가

그 다음날 눈떠보면 담벼락이었다가 오래된

콘크리트 내벽이었다가

먼지 날리는 봄 버스 정류장에

쪼그려 앉아 토할 때는 누더기

침걸레였다가

들지 않는 주머니칼의

속날이었다가

돌아와 눕는 밤마다는 알알이

거품 뒤집어쓴

진통제 糖衣였다가

어느 날 눈떠보면 다시 물이 되어

삶이여 다시 내 혈관 속으로

흘러 돌아오다가




2025.4.8. 만물이 모여들어 지나가는 과정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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