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치어다 보기 바르게─


나비가 한 마리 꽃밭에 날어 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꼬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어버린다. 사나이는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담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1940.12.3)




2023.10.18.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던 나날들을 지켜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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