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골이 남어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1942)




2023.11.2.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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