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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ability Scientist Oct 27. 2024

오랜 시간 속에서 다시 태어난 도시 역사와 현대의 공존

크리스티안보르 궁전(Christiansborg Slot) | Rasmus Hjortshøj


코펜하겐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된 성과 교회, 그리고 창의적인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입니다. 도심 곳곳의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따뜻한 햇살 아래 여유를 즐기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곳입니다. 그러나 이 도시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그치지 않습니다. 코펜하겐은 역사적 유산을 소중히 지키면서도,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변화해 가고 있는 도시입니다.  



덴마크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이 건물은 마치 불사조처럼 여러 차례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섰습니다. 

The most important building of Danish democracy has risen from the ashes like a phoenix again and again. - 덴마크 건축 센터 (Danish Architecture Center, DAC)



코펜하겐의 역사는 1167년, 압살론 주교가 해적의 위협으로부터 이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요새를 세운 것이 시작입니다. 이 요새는 현재의 크리스티안보르 궁전(Christiansborg Slot)의 토대가 되었고, 이후 코펜하겐은 무역과 방어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궁전은 여러 차례 재건되었고, 현재는 덴마크의회(Folketinget), 총리실, 대법원이 위치한 정치의 중심지입니다. 모든 정부 부서가 한 건물에 모여 있는 곳은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1167년, 도시 방어를 위해 슬로츠홀멘(Slotsholmen)에 세워진 주교 압살론의 성 | Christiansborg Slot


코펜하겐의 일부인 슬로츠홀멘(Slotsholmen)에 자리 잡고 있는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은 덴마크의 시작과 문화를 품고 있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성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은 코펜하겐이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혁신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루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멀리 보이는 스트뢰에(Strøget) 거리와 뉘하운(Nyhavn)의 다채로운 건물들은 과거와 현재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모습을 담아냅니다. 코펜하겐의 건축물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 도시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코펜하겐은 17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급속한 도시 발전을 경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웨덴과의 갈등, 영국의 공격 등으로 인해 도시 방어와 재건이 반복되었으며, 이러한 흔적은 오늘날에도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는 카스텔레트(kastellet)도 과거에는 도시 방어를 위한 중요한 성채였습니다. 19세기 초, 성벽이 해체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코펜하겐의 인구는 급증했습니다. 이는 주거 문제를 야기하며 도시 외곽으로의 개발 촉진했습니다. 도시는 뇌레브로(Nørrebro), 베스터브로(Vesterbro), 프레데릭스베르(Frederiksberg)와 같이 외곽 지역으로 확장되었고, 1900년대 초에는 브론쇼이(Brønshøj)발뷔(Valby)에서 대규모 개발이 시작되었습니. 이러한 도시 변화와 2차 세계 대전을 겪은 코펜하겐은 도시 개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47년에 '다섯 손가락 계획(Finger Plan)'을 도입합니다.


다섯 손가락 계획은 코펜하겐의 도시 확장을 자연과 조화롭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이끌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이 계획은 교통 축을 따라 도시를 손가락 모양으로 펼치고, 교외 지역까지 효율적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손가락' 사이에는 녹지 공간을 마련하여 여가와 농업을 위한 공간도 확보했습니다. 이는 균형 잡힌 성장과 자연환경 보호를 동시에 이루고자 한 노력입니다. 비록 개발 과정에서 외곽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도심이 한때 침체되기도 했지만, 이 계획은 현재 코펜하겐 도시 발전의 근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은 이곳에 살고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을 바탕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의 'Co-Create Copenhagen' 전략은 ‘살기 좋은 도시(A Liveable City)’, ‘개성 있는 도시(A City with an edge)’, ‘책임감 있는 도시(A Responsible City)’를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도시 발전 방향에 적극 참여하고, 공공 공간을 설계에 의견을 더하며 도시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코펜하겐은 더욱 풍요롭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활기 넘치는 도시는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필수입니다. ‘살기 좋은 도시’란 모든 시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코펜하겐은 사람 중심의 공공 공간과 주거 공간을 조성하고,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며, 스트뢰에와 같은 보행자 전용 구역을 확대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은 300년이 넘는 건축물 사이사이에 잘 가꿔진 녹지, 혁신적인 건축물, 그리고 활기찬 시장부터 다양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까지 서로 다른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입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코펜하겐을 더욱 대담하고 역동적인 도시로 성장하게 합니다. '개성 있는 도시'로서 코펜하겐은 다채롭고 창의적인 발전을 추구하며,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특성을 담아낸 독창적인 지역 개발을 통해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통합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이 도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무엇보다 코펜하겐은 세계에서 가장 기후 친화적인 도시 중 하나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전용 거리, 그리고 사계절 내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항구의 수질 관리 등은 지속 가능한 도시 생활을 지원하는 요소입니다. '책임 있는 도시'의 목표는 미래 세대에도 '지금의 도시'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코펜하겐은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수도가 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자원을 절약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는 풍력 및 태양 에너지 확대, 지역난방 시스템 강화, 그리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우선시하여 자동차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포함합니다. 


특히, 코펜하겐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건물 건설보다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리모델링은 새로운 건축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50%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녹색 도시 계획과 폐기물 감소 프로그램과 결합하여 코펜하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을 반영합니다.



1962년, 세계 최초의 보행자 전용 거리로 지정된 스트뢰에(Strøget) | Photo: 1.5 Collective



코펜하겐을 걷다 보면 이 도시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코펜하겐의 중심가인 스트뢰에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1962년, 세계 최초의 보행자 전용 거리로 지정된 스트뢰에는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차로 가득했던 도로가 사람으로 가득 차면서 자연스럽게 상업, 사회, 문화 활동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코펜하겐의 변화는 단지 보행자 구역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후 자전거 전용 도로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자동차 의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이동 수단을 넘어 도시를 사람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 도시의 성공 비결은 점진적인 접근 방식에 있습니다. 주민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대중교통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며, 새롭게 조성된 공공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코펜하겐의 현재 모습은 덴마크의 저명한 건축가이자 도시 설계가인 얀 겔(Jan Gehl)의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의 저서 <건물 사이의 삶(Life Between Buildings)>에서 도시 공간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문화적 활동에 의해 정의된다고 말했습니다. 도시가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비로소 그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은 코펜하겐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건물 사이의 삶은 보행자 교통이나 사회 활동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도시와 주거 지역에서 공동체 공간을 의미 있게 만들고 매력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합니다”

Life between buildings is not merely pedestrian traffic or recreational or social activities. Instead, life between buildings comprises the entire spectrum of activities, which combine to make communal spaces in cities and residential areas meaningful and attractive. – Jan Gehl



코펜하겐 스트뢰에 거리를 걸으며 거리 예술가의 공연, 카페에서 나누는 대화, 사람들이 서로 마주하며 소통하는 모습 속에서 얀 겔이 꿈꾼 ‘건물 사이의 삶’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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