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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ability Scientist Oct 27. 2024

건축 유산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다

코펜하겐은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는 과거의 건축적 유산을 현대적 요구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과거의 건축물을 역사적 유산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요구를 반영하여 새로운 기능과 용도 —주거 공간, 상업 공간, 문화 공간 등— 를 부여합니다. 이로 인해 도시의 정체성이 더욱 뚜렷해지고, 지역 사회와의 연결도 한층 깊어집니다.

과거의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코펜하겐의 접근은 지역 사회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노드하운(Nordhavn) 지역은 이러한 도시 재생과 과거 유산의 현대적 활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한때 물류와 상업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주거 및 상업 공간이 즐비한 지역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창고와 부두 건물들의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고급 레스토랑, 카페, 주거 공간 등으로 리모델링되어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더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생활하며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람들 사이의 교류와 소통을 이끄는 허브로 기능합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코펜하겐의 독특한 역사와 현대적 변화를 함께 경험하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도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노드하운 | Kobe

1904년 노드하운의 자유항(Free Port): 수천 개의 다양한 물자가 담긴 통들이 선적을 기다리는 모습 | Kobe

더 실로(The Silo)

곡물 창고에서 고급 주거지로 재탄생한 코펜하겐의 랜드마크, 노드하운 재개발의 핵심

노드하운 재개발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더 실로(The Silo)입니다. 한때 곡물 저장을 위해 사용하던 이 거대한 건물은 고급 주거 공간과 예술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원래의 산업적인 외관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내부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구성한 것이 이곳의 특징입니다. 1960년대에 건설된 62미터 높이의 원래의 건물은 곡물 저장과 대규모 화물 유통의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본래의 역할을 다하고 수십 년간 방치되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노드하운 지역 전체가 코펜하겐의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개발되었고, 더 실로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2017년 덴마크의 건축사무소 COBE가 리모델링을 맡았으며 건물 외관은 원래의 산업적 콘크리트 디자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내부는 아파트로 변신했습니다.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넓은 창문과 탁 트인 전경을 통해 고급스러운 주거 공간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건물의 상층부는 공공예술 전시와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한때 노드하운 최대 산업 건물이었던 17층 규모의 옛 곡물 저장고 더 실로는 수십 년간 곡물 저장에 사용되었습니다. | Kobe

크레인 호텔(Krane Hotel)

항구 크레인에서 단 하나의 객실을 제공하는 호텔로의 변신

크레인 호텔(Krane Hotel) 또한 이 지역의 재탄생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한때 항구에서 화물을 들어 올리던 크레인은 이제 단 한 개의 객실을 제공하는 럭셔리 호텔이 되었습니다. 크레인의 기존 철골 구조와 기계적 요소들을 최대한 보존한 채 내부를 새롭게 설계했습니다. 호텔 외관은 검은색 철제 구조를 유지하고, 내부 역시 검은색 테마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 검은색은 과거 항구에서 사용된 석탄, 철, 기계 등의 산업적 요소를 상징합니다. 호텔은 덴마크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모던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호텔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어두운 색조의 공간을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주변 환경과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창을 통해 보이는 코펜하겐 항구의 전경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크레인 호텔 | Krane Hotel

코펜하겐은 과거 산업 지역의 새로운 변신을 이룬 더 실로와 럭셔리 크레인 호텔까지 잊혀진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곳입니다. 그러나 모든 건축물이 변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역사와 현대를 연결합니다. 한때 덴마크의 과학 발전을 상징했던 라운드 타워는 그 모습을 유지한 채 방문객들 과거를 지나 도시의 미래를 바라보게 합니다.

룬데토른/라운드타워(Rundetaarn, Round Tower)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코펜하겐의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코펜하겐의 상징

코펜하겐 중심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독특한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1642년에 세워져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룬데토른/라운드타워(Rundetaarn, Round Tower)입니다. '코펜하겐의 살아있는 랜드마크'라고 불리는 이 타워는 처음에는 천문 관측을 목적으로 건설되었습니다. 17세기 무렵 유럽에서는 천문학이 중요한 학문 중 하나였고 이 타워는 덴마크 왕실의 과학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상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트리니타티스 복합단지(Trinitatis Complex)의 일부로 라운드타워에는 천문대, 도서관, 교회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중 도서관은 오늘날에도 코펜하겐 대학교의 학술 도서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운드타워는 원형 디자인과 탑 내부에 설치된 나선형 경사로로 유명합니다. 이 경사로는 당시 왕이였던 크리스티안 4세(King Christian IV)가 말을 타고 탑 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오늘날 방문객들은 이 길을 따라 정상까지 걸어 올라갈 수 있으며 코펜하겐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가 코펜하겐에 도착하자마자 방문했던 곳으로 트리니티 교회 위에 위치한 도서관을 찾기 위해 이 타워의 나선형 경사로를 통해 지나갔으며, 이 타워는 그의 여러 작품에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타워의 본래 역할은 줄었지만 코펜하겐은 이를 단순한 역사적 유산으로 남겨두지 않고 현대적 용도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라운드타워는 예술 전시회와 문화 행사장으로 사용되며, 과거의 학문적 성취와 현대 예술의 만남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러한 코펜하겐의 도시 재생은 환경적인 이점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거의 건축물을 현대적 필요에 맞게 재구성함으로써, 코펜하겐은 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코펜하겐은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여행지로, 주민들에게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또한 코펜하겐의 접근 방식은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역사와 혁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 도시로 나아가는 중요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도시 재생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로, 다른 도시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라운드타워 (Rundetaarn, Round Tower) | Rundetaarn

스네글레강엔’(Sneglegangen)은 크리스티안 4세 왕이 말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된 라운드타워의 나선형 경사로입니다. | Rundetaarn

라운드타워의 꼭대기 전망대에 위치한 17세기에 만들어진 실시간 행성 위치 표시 기계 | Rundetaam

코펜하겐 전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라운드타워 전망대(Observatory)에서 포착된 10월의 오로라. | Rundetaarn

코펜하겐의 역사적 건물들은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수세기 동안 이 도시는 대형 화재와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재건 과정을 통해 그 유산을 더욱 견고하게 지켜왔습니다. 현대적 용도로 재탄생한 건축물들은 도시 재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으며, 도시의 미래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유산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하기도 하여, 이는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전이 됩니다.

구 증권거래소 | Tom Little/Reuters

2024년 4월 발생한 구 증권거래소(Børsen) 화재는 과거 유산의 중요성과 보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1625년 크리스티안 4세가 세운 이 르네상스 건축물은 덴마크 경제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유산이었습니다. 신속한 대응 덕분에 내부에 보관된 예술 작품들은 구출 되었지만 화재로 일부가 소실되고 상징적인 첨탑이 무너졌습니다. 덴마크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은 "덴마크 역사의 한 조각이 불타고 있습니다"라고 슬픔을 표현했으며, 프레데릭 10세 국왕(King Frederik X)은 이 건물의 문화적 가치를 말하며 "수도의 아름다운 상징이자 국가적으로 자랑스러워하는 건축물"로 여겨왔음을 강조했습니다.

보르센(Børsen)의 첨탑은 코펜하겐을 '탑의 도시'로 알려지게 만든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였기에, 이 화재는 단순한 건물 손실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도시의 역사적 본질에 대한 논의를 불러왔습니다. 현재 복원 작업은 원래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현대적인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작업은 단순히 건물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덴마크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미래 세대에 지속 가능한 유산을 전달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코펜하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역사적 유산 보호와 현대적 도시 발전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복원 과정은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완공 후 구 증권거래소는 경제적 유산을 넘어 문화적, 교육적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코펜하겐이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산을 기반으로 미래 지향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코펜하겐의 도시 재생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며, 도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코펜하겐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로서 그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건축 센터가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 BLOX | 1.5 Collective

| 세계 건축의 수도, 코펜하겐 : 덴마크 건축 센터(Danish Architecture Center, DAC)

덴마크는 건축과 도시 계획에서 많은 나라에 영감을 주는 곳입니다. 그 중심에는 덴마크 건축 센터(Danish Architecture Center, DAC)가 있습니다. DAC는 건축을 통해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코펜하겐의 상징적인 복합 공간인 BLOX에 위치해 있습니다. BLOX는 주거, 업무, 여가 공간을 통합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 생활을 구현하는 건축적 도전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2023년, 코펜하겐은 유네스코와 세계건축가연맹(UIA)으로부터 '세계 건축 수도'로 선정되었으며, 이는 DAC의 활동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펜하겐은 지속 가능한 도시 건축과 혁신적인 도시 계획에서 세계적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DAC는 이 비전을 실현하는 중심지로서 덴마크 전통 건축부터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까지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DAC는 단순한 건축 감상의 공간을 넘어, 건축이 우리의 삶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중요한 허브입니다. DAC의 전시와 프로그램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현대 건축과 도시 디자인의 흐름을 이해하고 덴마크가 어떻게 세계적인 건축 리더로 성장했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