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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속가능 스튜디오 Nov 26. 2016

우리 '부부'가 선택한 스웨덴, 그리고 지속 가능성.

편리와 편안, 그 사이의 선택에 대한 고민




우리는 '부부'다.


우리는 부부다. 결혼한 지 3개월 된, 모든 것을 함께, 또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부부.

결혼 전 나는 방송국 피디로 일하고 있었고 대한민국 누구나 그렇듯 항상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남편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나름 만족했지만 분명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우리는 실제로 직장에서 하는 일은 물론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 직장에 머무는 시간까지 완전히 다른, 혹은 반대인 직업을 가지고도 용케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우리가 서로 완전히 다른 일을 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결국에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한 삶의 방향이란 셀 수 없이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좀 더, 혹은 훨씬 '편안'하게 살아가자는 것. 그것은 아마도 5년 간의 '지금'이 항시 고민을 안고 있는 불편한 상태의 시간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잠시 새로운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결혼'이란 선택보다 좀 더 새로운, 우리의 삶을 좀 더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선택을 하기로 했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었던 환경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남편은 학교를 휴직하고 한 숨 돌리며 공교육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함께 스웨덴에 왔다. 내가 8년 전 교환학생으로 1년간 지냈던 스웨덴에 이렇게 돌아올 계획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공부를 가장 체계적으로, 그리고 실생활에서까지 할 수 있는 곳은 스웨덴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나를 놓지 않았다. 공교육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고자 하는 남편에게도 스웨덴은 최선의 선택이 될 것 같았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스웨덴.


스웨덴에서 산 지 이제 3개월. 우리는 매일매일 스웨덴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이런 대화는 주로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이루어지는 대화이다. 스웨덴뿐 아니라 유럽이 처음인 남편에게는 이 생활 자체로 매일매일이 새롭고, 환경학 쪽으로 배경이 전혀 없는 내게는 환경과 지속 가능성이란 주제 자체가 매일 새롭다.


이 새로운 생활에 우리는 만족하고, 때로는 불만족한다.

왜 만족하고, 또 왜 불만족하는가? 이것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매일 던지는 물음이기도 했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자극적인 일이 없고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에 포근히 안겨 있는 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문득 밤 중에 나가 편하게 술 한잔 할 수 있는 술집이 없고 언제든 전화 한 통화로 시켜먹을 수 있는 다양한 메뉴가 없는 것에는 불만족한다. 뭔가에 쫓겨 창 밖 한 번 내다보지 못하는 삶에서 벗어나 다행이다 하면서도 무언가 나를 흔들어놓는 흥분의 부재에 실망하곤 한다. 우리는 이런 만족과 불만족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 끝에 무언가를 발견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한국의 삶이란 결국 '편리'한 삶이고,

지금 우리가 만족하는 스웨덴의 삶이란 '편안'한 삶이구나 하는 것.


편리와 편안.

그것은 이제 우리 삶의 키워드가 되어가고 있다.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이것은 우리의 '편리'를 위한 것일까 '편안'을 위한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우리는 '편안'하고자 스웨덴에 왔고 '편안'한 삶을 살자고 5년을 함께 고민했다. 그 시간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만 한다.



지속 가능한 선택이란 무엇일까.



편리와 편안, 지속 가능한 선택은 무엇일까.


내가 공부하는 지속 가능성이란 환경을 보호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지속 가능'하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는 것이 내가 하는 공부의 핵심이다. 이 공부를 하다 보면 환경 문제뿐 아니라 모든 것은 '지속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한 물음 속에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생활방식이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인지, 나의 식습관이 지속 가능한 식습관인지, 내가 받는 교육의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아닌지까지.


스웨덴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라게 되는 한 가지는, 무언가를 선택할 때 이렇게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고민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다. 함께 커피를 마시러 카페를 갈 때도 그 카페에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지, 비건(vegan) 메뉴를 판매하는지를 생각하고, 파티에 와인 한 병을 사 갈 때에도 그 와인이 어떤 농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것인지까지 생각한다.


누군가는 '피곤'하게 산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조금 달랐다. 별생각 없이 쉽게 집어 드는 물건, 주저 없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가격표만 보고 무심코 카트에 집어넣는 식재료, 모두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표현하는 일부가 되는 것 아닐까.내가 하는 선택이 바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3개월, 내가 바라본 스웨덴의 지속 가능한 삶과 그 속에서 생각해보는 편리와 편안의 차이.

앞으로 석사 졸업까지 1년 9개월, '지속 가능한' 모든 아이디어를 연구해보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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