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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속가능 스튜디오 Jan 25. 2017

스웨덴은 왜 쓰레기를 수입할까?

쓰레기 수입국 스웨덴의 정체와 그들의 쓰레기 정책





 한국에 있을 때, 우연히 '쓰레기를 수입하는 나라, 스웨덴'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어리둥절했던 게, 자국 내의 쓰레기나 유해 쓰레기를 다른 지역,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국가들 이야기만 종종 접했지 ‘쓰레기 수입’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쓰레기를 수입한다니, 대체 왜? 그래서 기사를 더 찾아봤더니, 스웨덴은 자국의 쓰레기가 부족(?)해서 노르웨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 가연성 쓰레기를 수입한다는 것이다.


 여기 와서 보니 기사는 사실이었다. 스웨덴은 가연성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다.


 스웨덴이 쓰레기를 수입하는 이유는 바로 이 쓰레기들을 태워서 지역 가구에 난방을 공급하는 시스템 때문이다. 현재는 이 양이 상당해서 약 95만 가구에 난방을 공급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전체 쓰레기 중 47%는 재활용, 52%는 지역난방 시설의 연료로 사용, 그리고 1% 정도만 매립지에 묻는다. 매립이 1%라는 건 땅에 묻는 게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재활용 비율이 59%로 굉장히 높지만 아직도 쓰레기를 매립하는 비율이 16%라고 한다. 그래서 수도권 매립지 쓰레기 반입 문제 등이 가끔 불거지기도 했다.

 

 여기에 온 후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혹은 달리 방법이 없지 않나? 싶었던 문제들에 대해서 이런 새로운 접근 방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전부는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이를테면 '친환경(유기농) 물건은 좋지만 값이 비싸다.'라는 생각은 이 곳에서 유기농과 일반 물건의 값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깨졌고 오늘 주제처럼 '결국 마지막에 남는 쓰레기는 묻는 게 최선이야.'라는 일반적인 생각 또한 정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내가 '스웨덴에서는 쓰레기를 태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문을 가졌던 문제 중 또 하나는 '쓰레기를 소각할 때, 나오는 유독 물질들이 환경에 더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였다. 이에 대해서도 알아보니 이곳 시설에서는 소각할 때 나오는 연기를 엄격히 필터링해서 유독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고 한다. 그리고 소각 후 발생하는 유해 물질들은 원래 쓰레기를 수출했던 나라들로 다시 보낸다고 하는데… 철저한 사후 관리까지, 나름 공정한(?) 무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 더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없앤다는 논란이 있고 '스웨덴은 인구수가 적어서 이런 방식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쓰레기를 묻을 수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배운 바에 따르면 스웨덴은 더 이상 재활용으로 분리할 것이 없을 정도로 마지막 단계까지 철저히 재활용품들을 걸러낸다. 에너지에 대해 강의하는 교수 중에는 ‘오히려 재활용을 너무 철저히 해서 태울 쓰레기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스웨덴의 쓰레기 수입에 대한 아이러니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쓰레기 수입과 재활용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을 떠나서 쓰레기 문제에 대해 대안적인 접근을 할 수 있고 이러한 방식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쓰레기를 수입하는 나라 스웨덴, 이 곳의 재활용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쓰레기를 잘 소각하기 위해선 우선 분류 작업이 잘 되어야 한다. 나는 그 첫걸음이 가정에서 하는 분류 배출(재활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유학 생활 초기에는 이곳에 어떠한 특별한 분류 배출 시스템이 있을까? 굉장히 궁금했다. 이것은 쓰레기 활용 강국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여기엔 아주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환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거지의 공동 재활용 창고


재활용 분류함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재활용 분류 방식이 한국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차이점이라면 음식물 쓰레기봉투와 쓰레기봉투를 돈 내고 사지 않아도 된다는 점 정도인데,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면에서는 한국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병은 색깔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분류 배출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과 각 항목 아래에 Yes, No가 적혀 있어서 같은 항목 중에서도 어떤 것들이 재활용이 되는지 안되는지 더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는 것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뭔가 기발한(?) 재활용 분류 시스템을 기대했기에 처음 이 집 앞의 재활용 창고를 가서는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실망감을 한 번에 날려준 스웨덴의 Pant 시스템을 알게 되었다.



스웨덴에 살며 인상 깊게 본 스웨덴의 Pant 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스웨덴의 Pant 시스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나라의 공병 보증금 제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내 또래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집이나 동네에 굴러다니는 음료수 병들을 모아서 슈퍼에 갖다 주고 돈을 받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 당시엔 훼미리 병이 비싸서 그걸 찾으면 땡잡은 기분이었다는) 요즘도 슈퍼에 공병을 가지고 가면 돈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다. 스웨덴에서는 이것을 아예 Pant라고 해서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Pant는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에 해당된다. 스웨덴에서는 음료수를 살 때, 음료수 값 + 선불 Pant 값을 내야 한다. 이를테면 500ml 콜라 가격표가 15KR이라면 15KR(콜라 값) + 1KR (Pant 값) = 16KR를 내야 하는 것. 나중에 빈 콜라병을 들고 슈퍼에 가면 자신이 냈던 1KR를 돌려준다.



이런 식으로 음료수 포장지에 Pant로 환급받을 수 있는 돈이 써져 있다. 대개 1.5L 이상의 패트는 2KR, 그 미만은 1KR를 환급해 준다. 적은 돈으로 느껴지지만 여러 개가 차곡차곡 모이면 결코 적지 않다. 병이 여러 개 모여 한 번에 바꾸러 갈 때는 내가 이미 냈던 돈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러 가는 느낌마저 든다.




이게 바로 Pant를 할 수 있는 기계이다. 거의 모든 마트에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정면의 동그란 구멍에 캔이나 병을 넣으면 기계가 바코드를 읽어서 얼마짜리 Pant 인지 인식하고 이를 모두 계산하여 바우처 형태로 영수증이 나온다. 이 영수증으로 해당 마트에서 그 금액만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주 간단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시스템이고 스웨덴의 많은 사람들이 이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스템에 재미를 붙여 한 달에 한 번 여러 개의 캔과 병을 모아 가서 내 나름의 재활용 정산을 하곤 한다.






스웨덴에서 이런 Pant를 시행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패트와 알루미늄의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 두 가지 자원들은 재활용 효율이 무척 높고 매립을 하게 되면 썩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다.

  

 '빈 병에 선불 보증금을 부과하고 그것을 재활용 기계에 넣어 나중에 돈을 돌려받는' 개념이 누구에게는 번거롭고 불편한 것들이 될 수 있다. 물론 Pant라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스웨덴 전국의 슈퍼마켓마다 기계를 설치하고 유지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 것이고. 하지만 Pant를 통해 재활용에 대한 시각을 확장할 수 있고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재활용 비율을 높이려는 스웨덴의 정책적 의지는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나처럼 Pant를 소소한 일상의 재미로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이 또한 재활용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긍정적인 일일 테고. 결국 스웨덴의 재활용 정책, Pant 시스템은 우리 주변의 많은 사회 문제들이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 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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